전력사용량 최고 기록 경신에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급 조절을 위해 산업계에 전력 수요 감축 요청을 검토하고 있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수요 감축 요청을 하면 산업계 조업 제한, 공급량 확대를 위해 원전을 추가 가동하면 탈원전 정책이 각각 지적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전력피크 상황이 '탈원전 반대' 명분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하면서 더욱 난감해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장기화가 예상되는 폭염을 특별재난 수준으로 인식하고 관련 부처들이 다시 한 번 관련 대책을 꼼꼼히 챙겨 줄 것을 주문했다. 또 원전 가동 상황과 전력 수급계획 등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릴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폭염으로 인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원전 가동 상황을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주장도 있다”면서 “산업부가 전력 수급 계획과 전망, 대책 전반에 관해 소상하게 국민들에게 밝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폭염 위기관리 매뉴얼, 폭염 피해에 대한 보상 근거 마련 등 체계화한 근본 종합 대책을 수립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올 여름 전력 수급은 24일 9248만㎾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예비력은 709.2만㎾, 예비율은 7.7%까지 떨어졌다. 정부와 전력거래소 전망을 웃도는 상승세가 지속됐다. 여기에 지난주 한울 4호기 재가동에 이어 다음 달 한울 2호기 및 한빛 3호기가 정비를 마치고 가동 준비를 하고 있다. 폭염 전력피크와 원전 재가동이 겹치면서 원전 역할론이 떠오르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선택한 정부 입장에서는 전력사용량 증가와 원전 가동이라는 그림이 불편하다.

정부가 택할 수 있는 현실 대책은 올 겨울처럼 수요자원 시장을 가동, 산업계에 전력 수요 감축 요청을 내리는 것이다. LNG 발전량을 더 가동할 경우 전력 시장 가격이 폭등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시장 가격 안정화 측면에서도 수요 감축이 나은 선택이다. 일단 수요자원 시장 발동 조건은 갖춰졌다. 23일 기준 전력피크가 예상치를 돌파했고, 예비력은 1000만㎾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직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업부와 전력거래소는 24일 수요 감축 요청을 실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24일에도 23일에 기록한 최대 피크를 경신했지만 공급 측면에서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여기에 중소기업 등 산업계가 휴가철을 앞두고 막바지 조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반영됐다. 이에 앞서 겨울철 전력 수급을 위해 10차례 수요 감축 요청으로 산업계 불만을 산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 업계는 차라리 수요 감축 요청을 하는 게 낫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사업자가 참여하는 수요자원 시장을 조성해 놓고 이를 가동하지 않는 것은 관련 산업이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역대 전력피크를 경신하는 상황에서도 수요 감축 요청을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한 수요관리사업자 관계자는 “수요 감축을 너무 자주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전력피크가 발생하는 상황에도 수요 시장을 운영하지 않는 것은 비효율일 뿐만 아니라 시장이 사라질 수도 있는 문제”라면서 “전력피크 시 수요 감축 요청을 하고 그동안 추가 발전설비들의 가동 준비 시간을 확보하는 운용 방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력수급 비상 단계별 조치>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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