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균형 못풀었지만 이월제한 도입은 신의 한 수...배출권거래제 1차 계획기간 종료

배출권거래제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정산이 이달 초 종료됐다. 영업일 기준으로 총 852일 간 대장정이 마감됐다.

국내 500여개 기업은 3년 동안 정부 계획에 맞춰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펼쳤다. 부족한 부분은 배출권시장 거래를 통해 충당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개념. [자료:기획재정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개념. [자료:기획재정부]>

배출권거래제 시행은 아시아권에서 처음이었다. 가격 급등락 등 여러 부분에서 시행착오가 나타났다. 배출권 시장서 수급불균형 상황이 계속됐다. 이 가운데 부족한 매물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꺼내 든 '이월제한 조치'는 효과를 봤다.

8일 에코시안 탄소배출권리서치센터 '1차 계획기간 회고와 교훈' 보고서에 따르면 1차 계획기간 대부분 배출권시장은 공급자 위주, 수급불균형 상황이 이어졌다. 배출권시장 불안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 수급 불균형 요인에 따른 것으로 이행기간이 경과 할수록 배출권 매수세는 강화됐다.

제1차 계획기간 동안 일평균 거래량은 3만7625톤, 일평균 거래대금은 8억100만원을 기록했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비탄력적인 공급곡선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 여기에 수급 불균형 요인이 가세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대에서 배출권이 거래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수급 불균형은 유동성 공급 부족을 일으키고, 연이은 가격 급등으로 부작용이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배출권 가격 급등은 제도를 운영하는 정부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했다. 가격을 내리기 위한 시장개입(정부보유분 공급 등)은 연례행사가 됐다. 이로 인한 가격 하락 시점은 배출권 부족기업이 싸게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지난해 도입된 '이월제한 조치'는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배출권거래제 운영과 제도개선에 있어 마중물 역할을 했다. '제1차 계획기간 연평균 할당량의 10%+2만톤'을 2차 계획기간으로 넘기지 못하게 해 잉여업체의 무제한 이월에 제동을 걸었다. 배출권시장에 매도 물량이 공급됐고, 거래가 이뤄지는데 기여했다.

수급불균형 속에 이행기간이 흘러가면서 배출권가격은 톤당 1만원에서 2만8000원대까지 널뛰기를 거듭했다. 가격 상승에 따라 누적기준으로 계상되는 불이행 과징금 수준(평균 거래가격의 3배)은 사상최고치를 연이어 경신, 6만6000원대까지 올랐다. 기업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 과징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 생기면 톤 당 6만원에라도 배출권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나을 판이다.

정부가 매년 시장에 개입한 부분도 중요한 포인트다. 제1차 계획기간 동안 정부는 네 차례 시장 개입했다. 개입 이후에는 가파른 가격 하락 행진이 이뤄졌다.

절대적 수요우위 상황은 배출권 가격 상승을 촉발했고, 매도-매수 호가 간극 확대는 가격왜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일부 세력에 의한 가격 상승 견인도 나타남에 따라 불공정 거래 대응 방안 마련도 요구됐다. 구조적 수급 불균형은 제2차 계획기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적절한 공급물량 유입을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급 불균형 못풀었지만 이월제한 도입은 신의 한 수...배출권거래제 1차 계획기간 종료

김태선 에코시안 탄소배출권리서치센터장은 “배출권거래제도는 시장 메커니즘인 만큼 지속적인 수급 밸런스 개선 노력을 통해 시장답게 발전할 수 있도록 2차 계획기간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정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 단위로 배출권을 할당해 배출할 수 있도록 하고, 할당된 배출권 가운데 남는 부분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높은 사업장은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 가운데 초과 감축량을 시장에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감축 여력이 낮은 사업장은 배출권을 사서 초과분을 채워야 된다. 필요한 수량을 구매하지 못하면 톤당 평균거래가의 세 배를 과징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