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대로를 타고 가다 위례신도시로 진입했다. 대로 양쪽으로 도열하듯 서 있는 신축 아파트 행렬 끝자락에 단풍으로 물든 청량산이 눈에 들어왔다. 서너 차례 신호를 받고 이동하자 발전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동산 시장에서 '핫 한' 주거단지로 불리는 곳에 발전소가 어울릴까” 의심하는 것도 잠시. 정보기술(IT)단지라고 해도 믿을 만큼 말끔한 건물이 주변과 이질감 없이 어울렸다. 주변 녹지와 산자락이 어우러져 시쳇말로 그림이 나왔다.

SK E&S가 8000억원을 들여 올해 4월 준공한 위례열병합발전소다. 동행한 이성철 SK E&S 매니져는 “과거 건설한 발전소는 비용절감 때문에 설비가 외부로 그냥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 발전소는 도심에 있어 작은 건물하나 빠짐없이 모두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입구에 이르자 커다란 전광판이 보인다.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의 농도를 실시간으로 표시한다. 2.9PPM, 환경기준인 10PPM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수도권에 있는 여느 발전소처럼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면서도 NOx 배출량을 엄격하게 관리한 결과다.

발전소 운영을 담당하는 위례에너지서비스의 김태수 매니저는 “연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농도를 5PPM 이하로 관리한다”면서 “미세먼지 배출량도 많지 않아 친환경발전소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발전소는 아담했다.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발전소라 규모가 클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갔다. 총 면적은 축구장 4개를 합친 것 보다 조금 큰 3만8000㎡다.

덩치는 작지만 역할은 크다. 시간당 최대 238Gcal 열을 생산해 위례신도시 4만1692가구, 서울 거여·마천동 1만1187세대 난방을 책임진다.

전기는 한국전력에 판매한다. 한전이 정산하지만 생산한 전력 대부분이 인근 수요처에서 쓰인다. 생산한 전기와 열을 인근으로 공급하니 손실이 적다. 송전시설 건설을 두고 갈등 빚을 일도 없다. 최근 관심을 끄는 분산전원으로써 역할을 100% 수행하는 셈이다.

발전소 내부로 들어서니 발전소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대형 터빈이 돌아갔다. LNG를 태워 1차로 가스터빈을 돌린다. 가스터빈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보일러에 통과시켜 증기를 생산하고, 2차로 증기터빈을 돌려 발전한다. 이때 발생하는 증기가 난방에너지로 쓰인다.

발전기를 돌리고 남은 열을 난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발전소 전체 에너지 효율은 80%에 이른다.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버리는 발전소의 에너지 효율은 50% 안팎이다.

형제 발전소인 하남열병합발전소와 열배관을 연계하는 운영의 묘도 살렸다. 지역난방은 '배관사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연계'가 중요하다. 다른 발전소와 열을 주고받으면 열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하남열병합발전소가 급전지시를 받지 못하면 위례에서 생산한 열을 공급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김 매니저는 “수도권에 신도시가 계속 들어서면서 전기, 열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열병합발전소는 지역 수요에 맞는 에너지를 적절하게 공급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배출물질 관리 투자를 강화해 환경문제도 거의 없다”면서 “분산전원의 필요성과 역할을 잘 보여주는 시설”이라고 덧붙였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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