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이례적으로 '7월 전력피크'가 발생했다. 무더운 날씨에 아침부처 전력수요가 빠르게 오르면서 하절기 최대수요 경신이 예상되는 순간이었다. 전력거래소가 수요자원 거래시장을 가동해 감축지시를 내리면서 올해 최대전력 피크는 전년 수준을 밑돌았다.

전력거래소 수요자원거래시장이 지난달 21일 4시간 동안 1721㎿ 절전으로 하절기 최대수요를 막았다. 2014년 시장 개설 이후 단일 최대 용량 절전과 최대 전력피크 억제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날 기온은 아침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지역에 따라 36℃를 넘는 폭염이 예보된 상황. 앞서 3일 넘게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사회 전반으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었다. 예상대로 전력사용량은 지난해 최대피크인 8만5183㎿를 경신하려는 기세로 빠르게 올랐다. 최종 집계된 국가 총 전력사용량은 8만4586㎿. 올 여름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지난해 최고치를 경신하진 않았다.

수요자원시장 효과가 나타났다. 전력거래소는 최대전력 경신이 예상되면서 원전 두 기 분량인 총 2508㎿ 수요자원 감축지시를 내렸다. 이 가운데 1721㎿가 절전으로 이어졌다. 수요자원시장이 가동하지 않았다면 최대전력은 8만6307㎿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4시간 동안 1721㎿ 전력 감축은 수요자원시장 개설 이후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가장 많은 양의 전력을 줄인 성과다. 종전 최고 기록은 시장개설 당해 연도인 2014년 12월 18일 3시간 동안 1583㎿였다. 매해 동절기와 하절기 각 한번씩 감축지시를 내렸지만, 올해는 두 차례 감축지시가 나왔다. 시험감축용량까지 합치면 총 6번 시장이 가동됐다.

수요자원시장 실적이 늘어난 것은 절전자원 고객을 모집하는 수요관리사업자가 증가하는 등 전체 시장 규모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올해 3년차를 맞아 원전 4기에 달하는 4GW 이상 절전자원이 시장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시장참여 조건을 낮춘 중소형 수요자원시장을 추가 개설했다. 앞으로 절전 자원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이 커지면서 숙제도 남겼다. 참여자는 많아졌지만, 감축이행률은 떨어졌다. 시장 초기에는 이행률이 111%, 104%를 기록하는 등 약정했던 것보다 더 많은 절전실적이 나오기도 했다. 올 여름에는 이행실적이 100%를 넘긴 적이 없다. 7월 21일은 가장 큰 성과를 거둔 날이지만 이행률은 69%로 최저치에 머물렀다.

이는 수요자원시장 개설 당시에도 제기된 문제다. 전력피크 시점은 각 참여자가 전기를 많이 필요로 해 사용량이 늘어나는 시간대다. 참여자가 해당 시간에 절전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다. 시장초기에는 사업자가 많지 않았고 시장을 키우자는 의지가 강했던 만큼 이행률이 좋았다. 이후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제도의 약점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감축을 이행하지 않으면 약정 위반이지만 해당분 수익만 제외할뿐 별도 페널티가 없는 것도 한계다. 가상발전소로서 전력시장에서 발전시설과 마찬가지로 취급되지만 상대적으로 급전의무 책임은 작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수요자원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올 여름 전력피크를 막은 것은 분명한 성과"라면서도 "많은 사업자가 당초 약속된 절전을 지키지 못한 것은 전력계통 신뢰도에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감축 이행률을 높이는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형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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