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사의 명물 '골든드릴러' 동상이 지난 5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닮은 모습으로 재단장됐다(제공:City of Tulsa)
털사의 명물 '골든드릴러' 동상이 지난 5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닮은 모습으로 재단장됐다(제공:City of Tulsa)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중국 외 아시아 지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테슬라가 업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한국을 선택할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6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중국 외 아시아 지역에 공장을 세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하지만 베를린과 미국 공장을 먼저 완성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의례적인 답변이 아니라 ‘계획이 있다’고 명확히 답한 것으로, 그가 아시아 내 두번째 공장 건설을 직접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언론에선 머스크가 한국과 일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한다. 전기차 원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는 차 성능의 핵심인데, 한국과 일본은 LG화학·파나소닉 등 유력 배터리 업체가 있어 부품 조달이 수월하고 물류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업계에선 전기차 시장성이 일본보다 나은 한국에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관측한다. 일본은 순수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 한국은 순수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데다 최근에는 ‘테슬라 열풍’도 불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에서 테슬라 전기차는 1000대 남짓 팔렸는데, 일본 인구의 3분의 1인 한국에선 올해 상반기에만 7000대가 판매됐을 정도로 시장 잠재력이 크다.

한국의 경우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전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10위 안에 드는 수위 업체가 3곳이라는 점도 또다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입장에서 보면 배터리를 납품할 업체가 한 곳(파나소닉)뿐인 일본에 비해 한국은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고, 3사를 경쟁시켜 단가를 낮출 수도 있다”며 “일본의 경우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한국보다 높다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테슬라 공장이 세워진다면 관련 일자리가 수만개 이상 창출되고 해당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되는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 이런 이점 때문에 현재 미국에서도 테슬라 신규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건 경쟁 중이다. 오클라호마의 털사는 23m 높이의 머스크 동상을 세웠고, 텍사스의 오스틴은 10년간 최대 6500만달러(약 784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환급해주자는 내용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산업계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는 전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의 협력을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실제로 LG화학의 경우 올해부터 테슬라에 공급을 시작하면서 전년 대비 70.5%(1~5월 기준) 성장하며 전세계 배터리 점유율 3위에서 1위(24.2%)로 올라섰다. 현대차의 경우 강력한 경쟁업체가 생긴다는 부담이 있지만, 테슬라와 경쟁하며 기술력이 도약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테슬라가 일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은 아직 하이브리드차의 선호도가 높긴 하지만, 한국보다 인구가 3배 많고 구매력도 높다는 점에서 전기차 선호도가 높아지면 한국보다 더 나은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높은 인건비가 문제이긴 하지만, 테슬라는 유럽의 첫 공장을 인건비가 낮은 동유럽 대신 독일 베를린을 선택할 정도로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머스크가 말을 뒤집고 한국·일본을 선택하는 대신 현재 운영 중인 중국 공장을 증설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성만 놓고 보면 한국·일본보다 인구가 월등히 많고 전기차 시장도 급격하게 커지는 중국에서 생산을 집중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LG화학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중국 테슬라 공장에 보내 차를 생산하는 것처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테슬라 완제품을 한국·일본으로 수출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구교현 기자 kyo@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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