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가 7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지인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2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지난해 과열 수주전으로 입찰이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이에 지난 5월 재입찰 이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수주전이 진행됐지만 경쟁 막바지에 이르러 서로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이다.

제공:조합
제공:조합

21일 개최되는 시공사 선정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거세지는 건설사간 비방이 조합원들의 표심에 어떻게 작용될지 주목되고 있다.

한남3구역 입찰에 참여한 A 건설사 측은 현대건설에 대해 이미 입찰 자격 박탈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규정을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A 건설사는 조합에 현대건설이 제시한 대안설계 중 ‘경미한 설계변경’에 어긋나는 항목이 6건, ‘과장 홍보’ 등으로 21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공문을 보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규정 위반이 3회 이상 적발되면 해당 건설업체 입찰은 무효가 되고, 입찰보증금 1500억원은 조합에 귀속되도록 돼 있다. 서울시가 허용한 설계 변경 범위를 초과한 제안을 한 시공사가 선정되면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A 건설사가 꼽은 현대건설의 위반 사항으로는 7블럭 7321동 용도·위치 변경, 불법 구조물 설치, 동간거리 위반 등이다.

A 건설사 주장에 따르면 당초 현대건설은 원안 설계에서 7블럭 7321동을 1~3층 상업시설, 4~22층 아파트로 구성했지만 대안설계에서는 이 동 3층이 상업시설에서 아파트로, 22층이 아파트에서 스카이라운지로 용도변경됐다.

도정법 시행령 46조 7호에 따르면 용도변경은 경미한 변경을 초과하는 사항이다. 각 동을 연결하기 위해 4-1블록 상부에 설치하는 브릿지 ‘노블레스 게이트’도 위법 논란을 빚고 있다. 이 구조물이 설계대로 도시계획도로 상부를 가로지른다면 국공유지 무단 점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신분당선 연장 보광역을 단지 내 상가와 연결하겠다는 홍보물(제공:조합)
현대건설이 신분당선 연장 보광역을 단지 내 상가와 연결하겠다는 홍보물(제공:조합)

지하철 신분당선 연장 보광역 신설 관련 과장 홍보도 규정 위반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당 노선은 아직 예비타당성조사조차 통과하지 못했지만 현대건설이 제출한 대안설계 제안서에는 신설역과 단지 내 상가(현대백화점)를 지하보도로 연결하는 그래픽이 포함돼 있다.

실제 업계 내에서는 조합이 지난달 말 현대건설의 불법 설계와 과장 홍보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접수한 후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이 대림산업에 내린 경고조치 공문(제공:조합)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이 대림산업에 내린 경고조치 공문(제공:조합)

대림산업의 경우 지난 16일 조합으로부터 대안설계에서 제안한 ‘트위스트 타워’가 과장 홍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트위스트 타워’는 대림산업이 한강 조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제시한 대안설계다. 각 층을 일정 각도로 조금씩 회전시키는 형태로 한남3구역 전체 물량의 6%인 354가구, 7개동 외관에 적용된다.

하지만 대림산업 설계에 따라 주동 중심축을 기준으로 40도 이상 회전시킬 경우 건물 변경 범위가 1m 이상 이동해 경미한 변경 범위를 벗어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제안서에 첨부한 ‘트위스트 타워’ 이미지가 실제 도면보다 과도하게 뒤틀린 모양으로 과장 홍보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를 가지고 B 건설사는 대림산업을 비방하며 SNS 등을 통해 해당 자료를 유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림산업이 한남3구역에 제안한 트위스트 설계도(제공:조합)
대림산업이 한남3구역에 제안한 트위스트 설계도(제공:조합)

조합 관계자는 “대림산업이 내놓은 트위스트 타워 설계가 ‘경미한 변경’ 기준을 충족하려면 건물을 3도 이상 회전시킬 수 없다”며 “이 경우 현재 이미지보다 눈에 띄는 외관이나 한강 조망권 개선 효과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트위스트 타워의 경우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는 건축물이어서 수평적인 동간 거리가 바뀔 소지가 없다. 국내에서 이런 형태로 건물을 지은 적이 한 번도 없어 얼마나 회전하는지, 경미한 변경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없다”며 “용산구청으로부터 해당 설계가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확인도 받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해 한남3구역 시공자 선정 입찰점검결과 각 건설사별 위반사항(제공:조합원)
지난해 한남3구역 시공자 선정 입찰점검결과 각 건설사별 위반사항(제공:조합원)

GS건설의 경우 대안설계 제시를 포기하고 원안대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GS건설이 사실상 수주를 포기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GS건설이 대안 설계를 제출하지 않긴 했지만, 시공사가 지하철역을 만드는 국가사업에 관여할 수 없는데도 ‘한남헤리티지역’을 신설하는 데 인허가 지원을 하겠다는 등 위법 소지를 포함하는 원안 그대로 입찰했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교현 기자 kyo@greendaily.co.kr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