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2019.9.16(제공:News1)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2019.9.16(제공:News1)

정유사 수익의 핵심인 정제마진이 세 달 넘게 마이너스를 이어가며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위기를 촉발한 코로나의 ‘2차 대유행’ 가능성도 우려되는 가운데 석유제품의 ‘수요’ 회복도 전망이 밝지 않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6월 둘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4달러로 집계돼 역대 최장기인 13주 연속 마이너스(-) 마진을 이어갔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가·수송비 등을 뺀 것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하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최소 4달러는 돼야 수익이 난다고 보는데, 이를 넘은 건 지난해 10월 둘째주(5.8달러)가 마지막이다. 8개월 동안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보통 정제마진과 연동하는 국제유가가 최근 상승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제마진의 끝없는 부진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평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바이유는 배럴당 13.52달러(4월22일)까지 폭락했지만 이후 반등해 이달 초에는 40달러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정제마진의 부진은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감소한 석유제품 수요가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이동이 제한되면서 정유사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휘발유·항공유 등 교통 관련 석유제품의 매출이 각 사마다 80%가량 크게 줄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세계 원유 수요는 지난 해보다 하루 평균 860만배럴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140만 배럴)보다도 감소폭이 훨씬 크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크게 올랐지만 이는 실질적인 수요가 회복된 게 아니라 유동성이 과잉 공급된 데 따른 효과로 본다"며 "언제든지 다시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점도 석유제품 수요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미국에선 22개주에서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증가 추세에 있고, 중국 베이징에선 지난 11일 신규 확진자가 두 달 만에 발생한 이후 농수산물 도매시장 집단감염 사태로 번져 14일까지 7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G2’인 이들 국가에서 코로나19가 다시 번진다면 회복 기미를 보이던 경제 활동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교통 제한으로 인한 휘발유·항공유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건 물론이고, 공장 셧다운 사태가 또 일어나 제조업 전반의 위기가 닥칠 수 있다.

1분기에만 4조원 이상의 적자를 본 국내 정유 4사는 정제마진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3분기 상황도 희망적이지 않다고 우려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1달러 떨어질 때마다 정유사들은 1조원가량 손실을 본다고 추산한다”며 “3분기에는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것도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구교현 기자 kyo@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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