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에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9248만㎾를 기록했다. 전력시장은 예상치를 넘은 기온과 최대 전력으로 인해 수요예측과 전기요금 논란에 휩싸였다. 전자신문은 올 여름 전력수급 상황을 되돌아보고 동하절기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지 에너지 전문가 조언을 구했다. 전문가는 올 여름 전력수급 위기는 없었지만 기상이변에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적극적인 수요관리와 전기요금 개편 필요성도 제안했다.

<좌담회 참석자>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특임교수

송경빈 숭실대 전기공학과 교수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사회(조정형 전자신문 차장)=올 여름 최대전력수요가 90GW를 넘었다. 완만한 장기수요 증가를 예상하던 상황에서 벌어진 특이 사례다. 전력수급에 대한 평가 바란다.

◇김진우(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특임교수)=올 여름 최대수요는 유래 없이 계속된 이상고온으로 인해 발생했다. 향후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 연간 전력소비량은 완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최대 수요는 사상 최고치인 9248만㎾를 기록, 전년 대비 9.3% 증가, 2016년 전년 대비 6.3% 증가에 이은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대수요가 과거에는 겨울철에 주로 나타난 반면에 최근에는 여름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또 여름 수요는 겨울과 비교해 최대수요 변동폭이 크다.

가장 비중이 큰 곳은 냉방부하다. 금년에는 냉방부하가 31% 수준에 이르고 있다. 냉방부하 중 일반용(건물)이 약 45%, 주택용 28%로 합계 73%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 부문에 대한 에너지효율 향상 및 수요관리(DR) 강화가 시급하다.

고온현상이 지속되면 냉방수요와 기온의 상관계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수요전망에 정교하게 반영해야 한다.

과소·과다 예측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신뢰하락은 물론 수급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전망모형의 개선과 함께 추가적 영향요인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송경빈(숭실대 전기공학과 교수)=제8차 전력수급계획은 올 여름 목표 수요를 8611만㎾로 전망했다. 실제는 7월 24일 9248만㎾가 발생했다. 예측값은 단순하게 분석하면 실적 대비 7.4%오차를 보인다. 하지만 DR시장이 가동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기준수요를 예측값으로 오차를 분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최근 몇 년 기상이변으로 수요 불확실성이 일어났다. 올 여름은 재난수준 무더위로 최대 수요가 예측값을 상회했다. 그러나 8차 수급계획상 불확실성 대응 예비율 9% 이내다. 적정 설비용량, 운영예비력 측면에선 수급대응이 적정했다.

◇유승훈(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일각에서는 수요예측 오차와 전력수급 불안을 야기한 원인으로 빗나간 장기수요전망을 지적하고 있다. 계획 수립 1년도 안 돼 5.7%에 달하는 오차는 전망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수요예측이 틀려서 수급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은 오해다. 수요예측이 실제와 다른 것은 맞지만 예측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것이며 수급위기는 발생하지 않았다.

전망치보다 크게 높았던 올 여름 기온을 전력수요함수에 대입하면 예측값이 실제값과 거의 일치한다. 즉, 기온 변동성이 컸을 뿐 수요예측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또, 수급계획에서는 변동성에 대비해 최소 설비예비율 13%와 수급불확실성 대응예비율 9%를 반영하고 있다. 예비율 1%의 값이 가지는 의미도 과거와 다르다. 과거 국가 총 가용발전소가 50GW일 때의 1%는 0.5GW에 불과하지만, 지금의 1%는 1.0GW를 의미한다. 똑같은 1%라 하더라도 수요 대응능력은 2배로 커졌다.

◇전영환(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장기 수요예측은 평균적인 개념으로 예상되는 오차는 예비력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이미 설계돼 있다. 15년 예측이기 때문에 1년 결과만 보고 맞다, 틀리다를 판단할 수 없다. 이번 여름의 경우 폭염으로 인해 예측수요보다 많은 전력수요가 있었지만, 최소 예비력이 700만㎾ 정도 유지됐다. 사실 전력공급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원전 2기가 빠지더라도, DR 자원과 함께 800만㎾ 정도 여유가 있었다.

◇사회=기후변화와 기상이변 우려가 많다. 올 겨울과 내년 여름 대비를 위한 조언 바란다.

◇김진우=공급 측면에서 발전소 정비계획 관리,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수요 측면에선 DR시장 활성화, 계시별(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 확대 등 부하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전력 상대가격이 낮아 전기화율 중가세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제와 가격개편도 필요하다. 즉, 효율화와 시장기능에 의한 합리적 수요를 유인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송경빈=

기상에 대한 불확실성은 과거 보다 최근 2~3년 사이 크게 발생하고 있다. 8차 수급계획에선 연도별 수요 불확실성, 발전설비 건설시 발생할 수 있는 공급지연 등을 고려해 예비율로 9% 수준을 얘기하고 있다.

올 겨울과 내년 여름은 현재 설비용량과 운영예비력으로 기상이변에 대한 수급 적정성과 안전성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비해 실시간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유승훈=

여름 폭염과 겨울 혹한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난방은 등유·LPG·도시가스·지역난방 등의 대체수단이 있는 반면, 냉방은 대체수단이 마땅치 않아 향후 하계피크가 더 올라갈 것이다. 반면, 저출산 및 급격한 노령화 등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연 전력소비량 자체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다.

하계피크를 분산하거나 감당할 수 있는 수단 마련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8차 계획에서 양수발전 착공을 서두르고 DR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기온변동성을 고려해 기온 상·하한 시나리오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사회=DR 시장 논란이 많다. 개선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영환=현재 DR는 신뢰도 향상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DR 자원도 발전기와 같이 기본요금을 지불하고 시행 시에는 별도로 SMP를 지불하도록 계약되어 있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DR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규정을 예비력 수준에 연계해 개선할 필요는 있다. 앞으로는 신뢰성 DR 뿐만 아니라 경제성 DR까지 활용하면서 수요감축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김진우=일본은 2030년 최대수요(160~170GW) 대비 약 30% 수준까지 DR시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반변, 우리 DR 자원은 현재 5%에도 미치지 못해 획기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계통연결(V2G) 등도 DR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이를 사용하기 위해선 전력위기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긴다는 인식을 벗어나야 한다. 수요관리는 시장기능에 의한 부하관리 수단이며,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

◇유승훈=

DR는 발전기 건설 회피, 전력공급비용 절감 등 경제적 효과가 큰 사업이다. 현재 국내에는 약 4GW DR가 확보돼 있다. 최대전력 시간대에 원전 4기 분량인 발전기를 가동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가능하다.

최근 탈원전이나 최저임금 등 이슈와 엮이면서 DR 활용에 오해가 생겼는데 이를 불식시켜야 한다. 전력시장에 최적화된 제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국민 인식전환 과 경제효과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 DR는 ESS, 신재생에너지 등이 결합된 비즈니스로 확장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 비즈니스 잠재력이 높다.

◇사회=4차 산업혁명 시대 전력수요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송경빈=4차 산업혁명 시대 전력수요 근거가 미약하다. 지금부터라도 관련 산업에서 지속적인 전력수요 변동을 감시하고 변동 발생시 4차 산업혁명 수요와 관련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유승훈=4차 산업혁명은 효율화의 추구다. 동일한 효과를 달성하는 데 예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면 산업혁명은 일어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증가로 인한 폭발적인 전력수요 증가를 예상하지만, 데이터센터가 늘어나고 있는 선진국은 실제로 효율 개선으로 전력수요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구글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15% 절감했다고 2016년 밝힌 바 있다.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확대는 동일 제품 생산시 보다 적은 전력사용으로 귀결될 것이다.

즉 4차 산업혁명으로 IoT, 빅데이터 등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는 부문도 있지만 효율화에 따라 전체적으로 에너지를 줄이는 방향이 될 것이다.

◇사회=국내 전력시장의 변동비반영시장(CBP) 구조에 변화가 필요한가.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시장 모델을 제시해 달라.

◇김진우=CBP시장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현재 구조하에서는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프로슈머와 소비자선택권 확대, 시장기능 활성화 등을 기반으로 소매시장이 사실상 개방되고 통합 에너지시스템이 구축되는 과정에서 양방향 계약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정부승인차액계약(VC) 제도는 완전경쟁으로 이행하는 중간과정으로 역할을 할 수 있으나, 이 또한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 논란, 발전원가 산정의 복잡성 등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유승훈=에너지전환 등 장기적 신재생 증가에 따른 간헐성 대비 제도가 필요하다. 하루 전 시장 뿐만 아니라 당일시장, 실시간시장, 등 다중시장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신재생의무화제(RPS) 확대, 탄소배출권 등으로 인한 시장가격 반영을 위한 제도개선 등이 있어야 한다. 다양한 참여자(DR고객, 소규모 사업자 등)를 위한 유연한 전력시장 체제가 필요할 것이다.

◇전영환=CBP 시장은 발전기 비용평가에 의한 제한적인 도매시장으로, DR 등의 시장참여도 이루어져 있지 않다. 앞으로 재생에너지원이 증가하게 되면 현재 시장체제로는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매시장도 단순히 하루 전 시장만으로는 효율적인 운영이 어렵다. 재생에너지 출력변동과 예측오차에 따른 실시간 시장 필요성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소용량 발전원을 하나로 모아 거래하는 중개사업자의 등장 등으로 인해 소매시장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ESS, 양수발전의 운영을 위해서는 예비력시장도 필요합니다. 가장 합리적인 시장체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 한전의 정책적인 공감대가 필요하고,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사회=폭염에 누진제를 포함해 전기요금 불만이 다시 터졌다. 전기요금 관련 올바른 정책방향은.

◇김진우=요금수준은 적정 원가와 투자보수를 포함한 총괄원가주의를, 요금체계는 공급원가 회수 원칙을 지켜야 한다. 향후, 사회적비용을 반영한 가격체계를 확립하고 에너지효율 향상 및 신산업 활성화를 요금으로 유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공정성과 국민수용성 확보다. 논란이 있는 주택용 누진제, 산업용 경부하요금, 일부 용도별 특혜요금 등은 각 공급원가 회수 원칙 아래 단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송경빈=올 여름 폭염기간이었던 7월과 8월 전기요금 납부한 후, 전기요금에 대해 국민 의견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겨울철 난방을 위한 가스요금, 평상시 사용하는 통신요금 등과 비교해 전기에너지의 가치와 요금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야 한다. 합리적인 전기요금에 대한 정책방향 수립이 요구된다.

◇유승훈=정부는 누진제 폐지보다는 일시적 완화로 방향을 잡고 있다. 올 겨울, 내년 여름에도 누진제는 계속 문제가 될 것이다. 국민 요구는 원가 이하로 전기를 쓰게 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쓴 만큼 그리고 남들만큼 전기요금을 내게 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의 주택용 전력 비중은 13.6%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주택용 전력 1인당 소비량은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누진제 폐지로 전력소비가 증가하더라도 이를 과소비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택용 전력수요가 현재보다 10% 증가한다 하더라도 전체 전력수요는 약 1.4% 늘어나는 데 그친다. 누진제 폐지로 전력수급 위기가 오기는 힘들다.

누진제 폐지로 부자감세가 우려되면 다른 세액을 조정하면 되고 저소득층 부담 문제는 에너지 복지를 강화하면 된다. 생산원가 수준으로 전기요금을 매겨 합리적인 가격신호를 제공하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기본권 보장을 위해 주택용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

물론, 냉방기 보급사업 및 하계 에너지바우처사업과 같이 취약계층의 에너지 접근권 보장을 위한 조치도 함께 있어야 한다.

◇전영환=

연료비 상승과 에너지전환 과정에 수반되는 고정비 증가 등 전반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우리 전력시장은 최근 공급구조 패러다임에서 수급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중심으로 산학연의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누진제 개선이 아닌 전반적인 요금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정리=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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