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와 에너지위원회가 처음 열렸지만 별다른 의견 개진 없이 형식에 그쳤다. 위원회가 2년여 만에 소집된 데다 위원장인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교체가 예정되면서 실질 논의는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소모성 '탈원전' 논쟁이 아닌 '에너지 전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위원회를 너무 늦게 소집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산업부는 지난달 31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백 장관 주재로 '제15차 에너지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 관련해 에너지 학계·업계·시민단체 등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서 정부 정책 방향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였다. 산업부는 '3차 에기본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을 설명하고 위원들과 토론을 진행했다. 3차 에기본은 반드시 에너지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백 장관은 “에너지 전환이 세계 추세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나아갈 길”이라면서 “에너지 산업이 경제의 내실 성장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발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위원들과의 토론은 별다른 논의 없이 마무리됐다. 3차 에기본을 잘 준비해 달라는 덕담 수준의 얘기가 오갔을 뿐 별다른 지적과 요청도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6월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 확정을 위한 개최 이후 2년이나 넘어 열리다 보니 '영양가' 없는 대면식 수준 회의였다는 게 위원들의 평가다.

현실적으로도 위원들이 3차 에기본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이 많지 않다. 이미 지난해 탈원전 선언과 함께 에너지 전환 로드맵이 마련됐고, 이후 '재생에너지 3020'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주요 에너지 정책 틀이 갖춰진 상황이다.

지금까지 에기본의 가장 핵심 내용이 연료원별 에너지 믹스였다는 점에서 3차 에기본도 핵심 내용은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셈이다. 3차 에기본이 국가 에너지 정책 최상위 계획이긴 하지만 앞선 계획들과 다른 목표를 세울 순 없다.

현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지적과 에너지위 운영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지 않았다. 차기 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목된 상황에서 위원들은 현 장관과의 토론에 말을 아꼈다는 후문이다. 올해 폭염과 전력사용량 증가에 따른 장기 수요 전망 재검토와 전기요금 개편 대책 등 이슈는 많았지만 이를 논쟁으로 이끌어 가지 않았다.

그러나 3차 에기본의 기본 방향이 탈원전보다 에너지 전환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탈원전 논란이 지속되면서 원전을 둘러싼 소모성 논쟁보다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수급 체계 구축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3차 에기본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에너지위 관계자는 “첫 만남에 주요 논의는 어느 정도 답이 정해져 있고, 위원장은 교체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3차 에기본 관련 토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좀 더 일찍 위원회를 소집해서 심도 있는 논의를 갖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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