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원전 수주를 비롯한 원전산업 논란이 20대 국회 후반기에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한국전력의 뉴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상실과 영국 원전 협상방식 변경 이후 여권에서는 영국 원전 수주 회의론이 조심스레 제기됐다. 야권은 원전산업 육성을 강조하며 정책 대결 발판으로 삼는 모습이다. 영국 원전이 두 번째 해외 원전사업 의미를 넘어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의 시험대가 됐다.

◇여당, 영국 원전 수출 회의론 제기

9일 정치권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전 뉴젠(영국원전 사업자) 인수 우선협상자 지위 상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원전 수출 회의론이 제기됐다. 현 뉴젠 소유주인 도시바가 한전 우선협상권을 취소하고, 영국 정부가 사업계약 방식을 기존 차액계약제도(CFD)에서 규제자산기반제도(RAB)로 바꾸면서다.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영국 원전을 수주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민주당은 영국 원전이 자칫 제2의 해외자원개발 부실사태로 이어질까 우려를 표했다. 지난 7일에는 정책위 의장 브리핑을 통해 수익성과 리스크를 면밀히 따져서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을 재강조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UAE 수주사업(EPC 방식)과 영국 원전 사업자 개발방식(IPP 방식) 차이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무조건 계약을 주장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국익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하베스트 유전인수와 같은 맹목적인 해외투자로 막대한 혈세가 해외로 유출된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원전에 대한 민주당 의원 우려는 한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 전부터 있었다. 지난해 환경단체가 한전의 뉴젠 인수 중단을 요구할 때 일부 의원이 의견을 같이했다. 제2의 자원외교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차원에서 탈원전 중심 에너지전환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공기업인 한전이 원전 사업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신중론이다. 국부 유출이 되지 않도록 사업에 철저함을 기하고 수익성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원전 회의론이 부각되면 탈원전 정책 비난공세로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전 우선협상자 지위 상실 관련해서도 에너지전환 정책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당이 지적하는 수익성과 책임론은 원자력계에 부담 요인이다. 영국 원전 협상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영국이 제시한 RAB 모델은 수익성이 떨어져 UAE 바라카 원전의 예상 수익률인 7~8%보다 낮을 수 있다”며 “국회나 예비타당성 검토에서 요구되는 수익률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사업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탈원전 견제 속 원전 산업 챙기기

여당 내부에서 영국 원전 회의론이 언급되는 사이 제1 야당 자유한국당은 원전산업 육성을 강조하며 공세를 취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위원장은 9일 당 탈원전대응특위와 함께 직접 경주를 찾아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을 만났다. 관련 전문가와 인근 주민도 함께 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 후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고 비대위가 출범하는 등 내부 수습 과정에서도 친원전 행보를 이어갔다. 20대 후반기 국회 상임위는 물론 에너지특위에서도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여당과의 힘겨루기를 예고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부 탈원전 정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회 각 상임위와 당 정책위 정책활동을 통해 탈원전 정책을 견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에너지는 국가 백년대계다. 에너지 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국민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촉구드린다. '공약'을 했다 하더라도 우리 현실은 지금 그렇지 않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최근 문 대통령과 여당이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한 것을 거론하며 “민주당과 지지세력 내에서 반대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현실을 인식하고 전환적인 입장을 취한 것처럼 에너지정책 역시 국민과 우리 미래 산업을 위해 전환적인 입장을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 원전 반대세력이 있더라도 현실을 반영한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8차 전력수급계획 재검토 필요성도 언급했다. 올 여름 폭염 등 기상이변과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8차 전력계획 수요예측이 맞는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전력수요가 늘어나면 발전량을 늘려야 하는데, 가격이 싼 원자력을 놔두고 사용하는 석탄이나 친환경에너지 등은 가격변동이 심하다”고 우려했다. 가격 불확실성이 결국 한전에 추가부담이 되고, 결국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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