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누진제 완화, 전기요금 개편 공론화로 번지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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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 여름 폭염에 한시적이지만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방안을 발표했다. 예상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지난주 누진제 대책 발표 소문이 나오면서부터 정부의 선택지는 누진구간 조정과 사회취약층 지원 확대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누진제와 전기요금 전반에 대한 개편은 중장기 과제로 남겨졌다. 정부 단독으로 정하기 부담스럽고,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이슈다. 전기요금 불만이 쌓이면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정부는 공론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 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지원 대책'은 △7~8월 두 달 간 누진제 한시 완화 △사회적 배려계층 특별지원 △중장기 제도 개선 방안 3가지로 요약된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과거 동하절기 단발성으로 시행했던 전기요금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누진제 구간 조정이나 특별지원 등은 이전에도 몇 차례 시행했다. 중장기 과제에서 대책으로 언급된 계절·시간대별(계시별) 요금제 적용과 스마트계량기(AMI) 보급확대는 2016년 누진제 개편 때에도 나왔다.

정부는 정작 중요한 누진제 존폐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 대신 산업부는 누진제와 함께 전기요금 체계 전반 개편 방안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의 전기요금 공론화 언급에 결국 국가 에너지 정책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평이다. 에너지업계는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론화 때 원전 건설 같은 각론을 논하기 앞서 전기요금, 전력시장 체계, 국가 전원믹스 등 큰 그림을 먼저 결론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전기요금 공론화는 정부가 개편안을 먼저 언급하기 힘든 상황에서 다시 바통을 공론화로 넘긴 셈이다.

올 여름 누진제 불만은 2016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2년 전 문제는 최고 11.7배라는 징벌적 누진율이었다. 때문에 정부는 누진구간을 3단계로, 누진율은 3배로 줄이는 현 체제로 개편했다.

그럼에도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누진제 폐지 목소리가 나왔다. 지금의 불만은 과거처럼 누진율 문제만으로 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계시별 요금제를 사용하는 산업용·일반용 전기요금과의 형평성 문제가 크다. “왜 나만 누진제를 적용받나”라는 국민 불만이 거세게 작용했다.

대다수 국민은 산업용 전기가 싸다고 생각한다. 반면 7일 발표에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주택용과 산업용 전기요금 불평등에 대해 “상호 요금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용가까지 전기를 공급하는데 필요한 비용 등을 봐야 한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경부하 요금 등 특정 상황에서 산업용이 저렴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주택용과 산업용 불평등은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기요금 공론화가 지난해 신고리 공론화 같은 형식을 취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백 장관은 국회 상임위와 하반기 개설된 국회 에너지특위를 언급했다. 현재로선 국회와의 공론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논의 주제는 누진제를 넘어 전기요금 제도 전면 개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공론화 방법에 상관없이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업계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중심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올 여름 기상이변에 가까운 폭염을 겪으면서 계속 상승하는 전력수요와 탈원전·탈석탄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려면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 시작 때부터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단언했다.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내에서 시장 환경에 따른 자연스런 요금 인상은 기대할 수 없다. 한국전력이라는 독점사업자만 있는 시장에서 수요과 공급 교차점에 따른 가격결정 논리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전도 전기요금 인상·인하를 스스로 할 수 없다. 누진제 완화를 정부가 결정한 것처럼 인상 결정권도 정부에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공론화가 요금 인상 명분을 얻는 절차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에너지 전문가는 “국가 전력사용량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 누진제 완화라는 대안을 내놓으면서 공론화를 통해 요금 인상 명분을 쌓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전력수요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에너지전환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관한 국민 합의를 구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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