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면 맞은 영국 원전, RAB 협상 득과 실은?

우리나라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사업이 '규제자산기반(RAB)' 모델 협상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영국과 진행하던 '차액계약방식(CFD)' 협상을 RAB로 전환했다. 도시바도 '뉴젠(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자)' 지분 매각과 관련 한국전력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취소했지만 RAB 모델 공동연구는 하기로 했다. 원자력계는 협상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지만 사업 리스크 감소 차원에선 나쁘지 않다고 분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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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영국 정부 사이 논의되는 RAB 모델은 수익률 보다 사업 안정성에 비중을 뒀다. 투자회수 기간은 길어지지만, 공사지연 등에 따른 사업비 초과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다. 전체 사업 부담을 줄인다.

RAB는 영국 정부가 먼저 설비 자산가치를 규정하고 사업 중에 기간연장·비용초과 문제가 생기면 지원장치를 마련해주는 제도다. 설비 자산가치를 정부가 담보하는 대신 운영 수익률은 다른 사업 대비 낮은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템즈강 하수처리 사업에 RAB 모델이 적용됐다.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에 RAB 모델이 거론된 것은 영국 정부가 6월 4일 신규 원전 사업에 기존 CFD가 아닌 RAB를 적용하기로 발표하면서다. 양국 정부는 최근 기존 CFD 협상 대신 RAB 모델을 논의했다. 도시바는 영국 정부가 RAB 적용 방침을 정하자 한전·뉴젠과 함께 공동타당성 연구를 하기로 했다. 한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취소하면서도 RAB 공동연구를 하는 양면 작전을 구사하는 셈이다.

협상 방향이 RAB로 전환되면서 보다 현실적인 논의가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양국 정부의 CFD 협상은 상호 의견 차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영국 북해 해상풍력 발전단가가 급격히 떨어져 전력시장 기준가격이 하락추세다. 현 상황에서 계약가격보다 시장가격이 낮을 경우 해당 차액을 보전해줘야 하는 CFD를 원전에 적용하면 영국의 재정 부담 요인이 커진다. 영국이 신규 원전에 RAB 방침을 정한 이유도 재정균형이었다. 영국은 RAB 모델을 통해 재정균형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적정 수익을 원전에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우리 측도 나쁠 것은 없다. UAE 바라카 원전처럼 일괄시공(EPC) 방식은 사업자가 건설만 책임지지만 무어사이드 같은 민자발전(IPP)은 모든 사업 과정을 책임져야하는 부담이 따른다. RAB 모델 협상이 이뤄지면 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지만, 우리 정부나 한전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감소한다.

관건은 어느 선에서 수익률을 합의하는 가다. 원자력계는 RAB 협상시 수익률은 UAE 바라카 원전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감안해도 국제금리 수준 수익률과 큰 차이가 없는 정도까지 떨어지면 사업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시각이다.

우리 정부는 한전이 뉴젠 인수 우선협상자 지위를 상실했지만 도시바·영국 정부와의 협상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은 1일 “영국의 에너지 수급안정, 도시바의 경영안정, 우리의 원전 해외진출이라는 공동 이익이 달성될 수 있도록 관련국 및 기관과 적극 협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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