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영국 원전 수주 협상 안갯속...우선협상권 상실

한전, 영국 원전 수주 협상 안갯속...우선협상권 상실

한국전력공사가 우선협상권을 얻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수주전이 다시 안개에 휩싸였다. 영국 정부와의 전력 단가 협상이 난항을 보이는 가운데 기존 사업자인 도시바가 한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해지를 통보했다. 한·영 정부 간 협상이 지연되자 도시바가 한전을 압박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이 도시바와의 '뉴젠' 지분 인수 우선협상자 자격을 상실했다고 31일 밝혔다. 뉴젠은 도시바가 소유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30일(현지시간) 도시바가 대변인을 통해 뉴젠 지분을 한전이 아닌 다른 사업자에 매각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한전에 있는 우선협상권을 취소시킨 발언이다.

도시바 발표는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국과 한전 담당 임원이 이날 영국 정부와 현지에서 협상한 후 나왔다. 업계는 도시바의 타 사업자 협상 언급을 두고 뉴젠 지분 매각 계약이 늦어지자 한전을 압박하기 위해 꺼낸 카드로 해석했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도시바로부터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자 뉴젠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당초 올해 상반기에 협상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연됐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 사업자인 웨스팅하우스에서 막대한 손실을 내고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뉴젠 지분을 최대한 빨리 파는 것이 이득이다.

반면에 한전은 도시바와의 계약 체결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이후 생산 전력 판매 가격 협상에 따라 사업을 원점부터 재점검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첫 원전 수출 사례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은 현지 정부가 자금을 마련하고 우리 기업이 건설과 운영을 맡는 방식이었다. 무어사이드 원전은 한전이 자금을 직접 조달하고 건설 후 전력 판매 수익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영국 정부가 적정 가격 전력 구매를 보장해야 한다. 자칫 수조원을 들여서 원전을 건설하고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부실사업이 될 수 있다.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 한전과 산업부는 적정 수익 보장을 위한 전력 구매 단가 협상에서 영국 정부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전으로서는 단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도시바와의 뉴젠 지분 인수 협상을 늦출 수밖에 없다.

변수는 원전보다 낮아진 영국 풍력발전 단가다. 영국은 일찌감치 해상풍력을 육성, 풍력발전 단가가 빠르게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2022~2023년 ㎿h당 58파운드 전력을 공급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승인됐다. 이는 프랑스 EDF가 영국 남동부에 건설 예정인 힝클리포인트 C원전(㎿h당 92.50파운드)에 비해 크게 낮다. 원전보다 저렴한 풍력 프로젝트가 전력 시장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적정 원전 단가 보장에 어려움이 있다.

산업부는 한전이 우선협상 자격을 상실했지만 실질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영국 정부, 도시바, 뉴젠과 RAB(Regulated Asset Base) 모델을 협의한다. RAB는 정부 기관이 안정된 수익률을 보장하고, 재원조달을 지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영국 정부는 원전과 신재생 사업 등에 장기계약 체결 후 기준가격보다 비싼 전력은 보상하고 낮은 전력은 차액을 받는 형태의 차액정산제도(CFD)를 적용했다.

3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산업부와 한전,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회의에서도 RAB 모델이 논의됐다. 한전은 도시바, 뉴젠과 함께 RAB 모델 적용시 수익성과 리스크 검토를 위한 공동타당성을 연구하기로 했다. 공동연구 완료 후 수익성과 리스크 경감 방안이 확정되면 한전 사내 심의절차를 거친 후 정부 예비타당성검토를 추진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영국 정부와의 전력 구매 단가 계약이 적정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무어사이드 원전은 제2의 해외자원 개발 부실 사태가 될 수 있다”면서 “기저 발전으로서 원전 역할을 강조하며 영국 정부와 적정 수준의 협상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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