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전력 사용량이 동·하절기를 모두 합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에너지 효율화 사업과 산업 성숙기 진입 등으로 향후 국가전력소비 증가세가 완만할 것이란 예상이 폭염에 무너졌다. 지난해 잠시 주춤하던 전력 사용량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국가 전력수급계획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3일 오후 1시쯤 전력 최대 수요는 역대 최고치인 8823만㎾(2018년 2월)를 넘어 8900만㎾ 수준을 기록했다. 불과 반년 만에 최고 기록이 바뀌는 등 국가 전력 사용량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9000만㎾선도 돌파했다. 오후 1시 이후에도 계속 늘어난 전력사용량은 오후 4시쯤 9070만㎾를 기록했다. 예비력은 760만㎾, 예비율도 8.4%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대비 전력 소비 증가 폭도 커서 우리 사회가 전기 다소비 사회로 전환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최대 전력 경신은 올해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한 해에 최대 전력 기록이 두 번 경신된 것은 2년 만이다. 특히 2017년 최대 전력 수치가 잠시 하락 곡선을 그리다 올해 다시 반등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사전 작업으로 당초보다 축소된 장기수요전망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수요계획실무소위원회는 2030년 기준 목표 수요를 100.5GW(1억50만㎾)로 산정했다. 이는 7차 수급 계획보다 12.7GW 감소한 것이어서 경제성장률 둔화, 정책 변화, 전기요금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이 계획을 발표할 당시 최대 전력 사용량은 2016년보다 낮았다. 2015년에 이어 2017년에도 최대 전력이 전년보다 낮은 상황이 연출되면서 국가 최대 전력 수치가 점점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이례를 보이고 있는 기상 상황으로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올해 2월에도 살인 한파에 전력 사용이 급증했고 전력 당국은 10차례 수요관리 시장을 가동하는 등 수급 안정을 도모했다. 올 여름에는 지난주부터 여름철 최고 기록이 연이어 깨지면서 수요 전망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에너지 효율화와 절전 활동 등 전력 감축 수단은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염 상황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올 겨울 수요 감축에 큰 역할을 한 수요관리 시장은 기업 불만이 커진 상황이어서 쉽게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선 설비 확대를 통해 예비력을 늘리는 게 빠른 현실 대처인 셈이다.

그나마 한동안 계획 예방 정비에 들어가 있던 원전이 가동을 재개하면서 수급 안정은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한울 4호기가 가동되기 시작했고, 8월 중순에는 한울 2호기도 가동 계획에 들어갔다. 한빛 3호기도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기존 여름철 최대치인 8518만㎾와 비교하면 1년 만에 원전 5기 분량 전력으로 최대화된 것”이라면서 “엄청난 폭염이라는 변수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번처럼 기상 이변에 따른 전력 수급 위험 요인이 수요 전망에 반영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5년 최대 전력 실적>(단위: 만 kW,%)

자료: 전력거래소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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