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탈원전 및 에너지 전환 정책 1년을 맞아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최근 한수원 이사회가 결정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건설 중단 결정으로 탈원전에 대한 제2의 논쟁이 번지는 양상이다. 정 사장은 이해당사자와 폭넓은 소통을 기반으로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원자력 업계의 새 활로를 찾겠다는 '뚝심'을 굽히지 않았다.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8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개막식에서 정 사장을 만나 최근 논란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 방향을 들었다. 정 사장은 엑스포 조직위원장으로서 원자력과 방사선 산업·연구계가 국민의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결정으로 논란이 뜨겁다.

▲모든 기업은 의사 결정을 위해 모든 변수를 감안해야 합니다. 특히 공기업은 정책적인 틀에서 위험도가 낮은 변수를 취사선택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 최선의 조합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결정입니다. 월성 1호기의 경우, 가동률이 60%가 되더라도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입니다. 곧바로 재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가동률도 정확한 예측이 힘듭니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라면 이것을 다시 가동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듭니다.

지역주민 반발과 논란에 대해서는 향후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원활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또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은 더욱 안전하게 운영하고, 건설 중인 원전은 명품 발전소가 될 수 있도록 더욱 힘쓰겠습니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신한울 3, 4호기에 대한 입장은.

▲신한울 3, 4호기는 건설 중단을 결정한 천지와 대진 원전보다 앞서 추진된 사업으로 이미 부지 매수가 완료돼 예정구역지정 해제 조치는 불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건설 중단 결정에 따른 피해금액이 얼마인지, 또 결정을 먼저 하면 불리해지는 상황적 조건 등을 비롯해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섣불리 예단해서 결정하면 안 됩니다.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면서 다음 단계는 정말 심사숙고해서 할 것입니다. 대원칙은 결정은 합리적이고 피해보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로부터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상태로 이에 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한수원은 법률 검토와 정부 협의를 통해 후속방안을 강구할 예정입니다.

-에너지 전환 정책 자체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

▲탈원전 논란이 계속되는 것 자체가 저도 많이 안타깝습니다. 지난해 공론화를 거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는 한수원 CEO로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 경주와 포항 지진이 발생했고 이런 상황이 복합 작용해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민 지지는 더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처음 발표했을 때 에너지 전환과 지금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민 인식은 많이 다르고 이미 국민 마음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동원해 원전을 안전하게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다져진 원전 기술이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전 수출, 해체 산업 등 국내 원자력 산업 육성과 보호를 위해 어떤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가.

▲원전 수출과 관련해서는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닙니다. 한수원은 사우디 정부(K.A.CARE)와 소형원전(SMART) 건설을 위한 협력방안을 원활히 논의 중입니다. 한수원 주도로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또 국내 원자력 산업의 유지와 육성을 위해 체코 등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함과 동시에 중소 기자재 공급사에 직접 수출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체코는 빠르면 올해 안에 사업모델이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비해 체코 내 한국원전 인지도 제고 노력과 발주사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기술 확보 및 현지화 확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폴란드와 슬로바키아도 사업모델 확정 및 발주 전 준비활동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필리핀 정부의 원전정책 확정에 따라 경제특구지역에 소형원전 건설, 바탄원전 재개 및 인프라 구축 지원과 관련해 필리핀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습니다. 국내 종합상사와 자원개발 등을 연계한 새로운 사업모델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수원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한 만큼 전임 사장과는 다른 경영구상이 필요해 보인다.

▲한수원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경영슬로건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변화와 성장, 화합·열정의 조직문화, 신뢰받는 원전운영, 사회적가치 선도 등 4개의 경영방침을 설정했습니다. 저는 원 마인드(one mind)로 원 팀(one team)이 되어 원 보이스(one voice)를 내자고 직원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당면한 현안을 모든 직원이 하나가 되어 슬기롭게 극복하고, 발전해나가자는 제 각오를 담은 것입니다. '새로운 변화와 성장'을 통해 원자력을 비롯한 신재생, 신사업 등으로 최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에너지 분야를 선도하는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하고자 합니다.

-한수원 혁신과 조직 운영을 위한 원칙은 무엇인가.

▲소통과 공감을 통한 유연한 조직문화, 열정을 갖고 업무에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중요합니다. '화합·열정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직원 모두가 꿈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신뢰받는 원전운영'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이자 사명입니다. 원자력을 운영하는 국내 유일 기업으로서 안전하고 투명한 원전 건설과 운영을 통해 국민 신뢰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기업으로서 공공 이익을 도모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자 '사회적가치 선도'에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상생 등 주요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전사 역량을 집중해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최근 '일자리창출·국정과제추진실'을 새롭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수원 신사업 추진 현황은.

▲외부 전문기관과 협업해 신사업 발굴 컨설팅에 착수했습니다. 이 컨설팅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사업, 해외 수력·신재생 패키지 사업, 수소 등 미래 에너지원 활용 사업 등을 집중 발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또 회사 강점을 활용한 스마트 원전사업과 회사 보유 자산 및 발전 부산물을 활용한 사업 등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발굴해 나갈 예정입니다. 특히 사업 발굴 단계에서 그치지 않도록 실제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구체적 실행방안도 도출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변화 속에서 한수원 협력업체 등 원자력 산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그 과정에서 한수원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이 중단돼 국내 원자력 시장이 다소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규 원전인 신한울 1·2호기 및 신고리 4·5·6호기 투입으로 2023년까지는 원전 운영기수 27기와 설비용량이 28.2GW로 증가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기존 원자력발전소는 향후 60년 넘는 기간동안 계속 운전돼야 하고, 폐로 역시 노후 원전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됩니다. 앞으로도 안전한 원자력발전소 운영을 위해 국내원전 공급망과 생태계 건전성은 지속 확보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원자력 산업계의 긴밀한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원자력 산업계 중심에 있는 한수원은 긴밀한 협조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 원전생태계 건전성을 위해 협력기업이 비용을 분담하는 데에도 힘쓸 것입니다. 이를 위해 원자력 품질시스템 구축과 유지를 지원하고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공정혁신, 산업혁신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자금지원, 인력지원, 해외판로 지원, R&D 지원 등 동반성장 사업도 지속 확대할 예정입니다.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조직위원장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제언은.

▲원자력과 방사선은 일반 국민이 느끼기에 친밀하면서도 먼 분야입니다. 우리는 원자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고 일상을 살아가면서 접하는 자연방사선, X-레이를 비롯한 의료용과 산업계에서 사용되는 방사선에는 익숙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후쿠시마 사고 등을 접하며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원자력 방사선 업계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민과 소통해야할 이유입니다.

깨끗하고 풍요로운 세상, 안전한 세상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미래입니다. 이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개발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자력은 미세먼지 배출 없는 에너지원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비롯된 최첨단 기술력을 발휘해 안전성을 더욱 높여 나가면 에너지 효율성이 높고 친환경적인 미래 에너지를 창출해 나가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정리=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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