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26일 “1차 에너지(석유·가스 등)를 사용해야 할 설비를 경부하 요금 심야전기로 가동하는 비효율성은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야전기 소비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며 사실상 산업용 전기 경부하 요금 인상 필요성을 밝혔다.

심야에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 산업용 전기 요금 조정이 우리 제조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김 사장은 이날 세종시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기요금과 아시아슈퍼그리드, 새로운 경영 미션 등에 관한 구상을 내놨다.

김 사장은 난방 등 열 관련 에너지 수요를 전기로 충당하는 흐름에 사회 경각심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공급 위주 에너지 정책으로 인한 전기 과소비 문화를 효율 높은 전기 소비 행태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읽힌다.

산업용 경부하 요금과 관련해 “2001년에 제조업 에너지 가운데 전기를 사용하는 에너지가 34%였는데 지금 50%로 높아졌다”면서 “심야 전기요금이 낮아 이런 소비 상황이 됐다. 이는 분명히 조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잘못된 소비 행태를 고쳐 가기 위한 시장 시그널을 주기 위해 심야전기요금을 조정해야 하고, 이를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사장이 심야전기 요금 조정 필요성을 시사한 것은 해당 요금제가 당초 취지를 잃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심야전기는 원전과 석탄 등 기저 발전이 전력 수요 패턴과 무관하게 24시간 계속 가동한다는 점을 고려, 야간에 사용되지 않는 전기를 산업계에 싸게 공급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산업계가 심야전기 사용을 늘리자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LNG 복합까지 가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직접 지목하진 않았지만 타깃은 전기로를 사용하는 제철 업계 등 기존 열 설비를 전기설비로 전환한 업계로 해석할 수 있다. 김 사장은 “1차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고, 이를 다시 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두 번째 손실이 발생하는 데도 이런 소비 행태가 늘어나는 것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경부하 요금 조정에 따른 산업계 피해는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 “산업계가 설비를 갑자기 바꾸는 것은 어려운 얘기”라며 “산업, 기업별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 봐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한전 내부적으로는 경부하 요금 조정과 함께 중부하·최대부하 요금을 인하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역시 지난해 국감에서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심야전기를 많이 쓰는 대기업의 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심야전기 사용량이 적은 중소기업은 일부 요금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김 사장은 심야전기요금 조정이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으로 해석되는 것은 경계했다. 2분기 연속 적자에 대해서도 경비 절감 노력을 통해 상당 부분 흡수하고, 하반기 원전 가동률이 높아지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사장은 남북경협 관련 전력망 연결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사장은 “중국과 러시아도 우리와 표현 방법만 달랐을 뿐 결국 송전선로를 서로 연결하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한·중·일 예비타당성 검토도 괜찮은 결과가 나왔고, 러시아와의 연결 가능성도 상업성이 있어 공동 연구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전의 새로운 미션으로는 △에너지 전환 정책 실천 △디지털 전환 △신산업 및 해외 사업 분야 영역 확장 세 가지를 꼽았다.

김 사장은 “에너지 전환은 국민과 열심히 소통해야 할 때”라면서 “열심히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 정책은 중대한 방향 전환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전 수출 관련해서는 경쟁력 강화 노력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김 사장은 원전 수출 성공을 위해 “한국 내에서 최고 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전 그룹사와 주기기 제작사, 시행업체, 금융기관을 포함해 수백여개 협력사까지 최고 팀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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