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 직접 사업 허용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국회의 계속되는 요구에 한전 신재생 사업을 일부 조건부로 허용할 수 있다는 의견은 냈지만 전력망 중립성,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19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한전 신재생 직접 사업 여부를 놓고 전력망 중립성과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란이 다시 부상했다. 업계는 계통 접속 계획을 이미 알고 있는 한전이 발전사업을 하면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하는 동시에 발전사업자에도 전기 판매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산단에 설치한 태양광 설비.
국가산단에 설치한 태양광 설비.

한전 신재생 사업 허용을 담은 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홍익표(더불어민주당), 김규환(자유한국당), 손금주(무소속) 의원이 개정안을 제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개정안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한전이 이미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신재생 사업을 하고 있고 자회사인 발전공기업도 대규모 신재생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에 신재생 사업을 허용할 경우 발전과 판매를 엄격히 구분한 기존 원칙을 깨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산업부는 최근 국회에 조건부 허용 의견을 밝혔다. △중소사업자 사업영역 보호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거래 제한 △망중립성 훼손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전 신재생 사업의 일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허용시 산업 전반에 파장이 크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조건부 허용이라면 한전이 실제 신재생 사업을 하기에 장벽이 많다. 한전은 계통접속계획을 모두 알고 있다. 현실적으로 전력망 중립성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한전이 신재생 부지 선정시 계통망 접속지역을 일부러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REC 거래를 제한하는 것도 치명적이다. REC는 전력 판매와 함께 신재생 사업의 주 수익이다. 최근 적자로 비상경영을 하는 한전 입장에선 REC 수익이 배제된 신재생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

업계는 한전 신재생 사업보다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가능성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전기판매시장 독점사업자에 발전사업 권한을 허용하면, 반대로 발전사업자에도 전기판매 시장을 개방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전력시장 공정경쟁 조건으로 판매시장 개방을 꾸준히 요구한 만큼 이번 기회로 발전·판매 겸업 금지 원칙이 깨지기를 바라는 눈치다.

산업부도 한전 신재생 사업을 허용하면 발전·판매 겸업 허용 문제가 뒤이어 부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예외적인 상황에서 한전 신재생 사업 허용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력산업 구조개편 문제로 끌고 가는 것엔 부담을 느낀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이미 SPC 형태로 신재생 사업을 하는 상황에서 직접 사업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며 “하지만 독점사업자에 발전·판매 겸업을 허용한다면 기존 발전사업에도 상응하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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