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 학계·환경단체·지역주민이 참여해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을 재검토하는 위원회를 구성, 재공론화 의견을 수렴한다.

하지만 구성단계에서부터 월성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추가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어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실인 맥스터(사진 왼쪽)와 캐니스터.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실인 맥스터(사진 왼쪽)와 캐니스터.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 출범식을 가졌다. 준비단은 총 15명으로 환경단체(고준위핵폐기물 정책대응 전국회의)와 한국원자력학회, 한국방사선폐기물학회,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원전별 지역주민 등이 참여했다. 단장은 은재호 한국갈등학회 회장이 맡았다.

정부가 준비단 조직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 작업에 돌입함에 따라 앞서 국회에 발의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 및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고준위법)' 통과 작업은 일시정지가 예상된다. 현재 계류 중인 고준위법은 중간저장시설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원전 소내 건식저장시설 관련 언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고준위법은 2016년 11월에 발의됐지만 탄핵정국과 대선, 탈원전 정책 등으로 처리가 계속 연기됐다. 원자력계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제때 마련하기 위해 법안처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당초 산업부도 지난해 말까지 법안을 통과시키고 부지선정과 최종시설 확보 등 단계를 거쳐 2053년 처분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일정이 늦어지면서 재공론화로 방향을 수정했다.

준비단은 향후 4개월간 사용후핵연로 관련 재검토 내용 범위와 논의의 참여 대상 등을 협의한다. 과거 추진했던 공론화작업 전면 수정과 사회각층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지난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론화'와 유사한 재공론화 가능성도 있다.

준비단 논의가 실제 공론화로 이어지는데 난항이 예상된다. 준비단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공론화 추진을 위한 사전 준비 성격이 강하다”며 “그동안 공론화 의제와 논의 방법 등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이견이 발생해 준비단이 꾸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올해 초부터 고준위법 공론화를 위한 물밑작업을 벌였다. 준비단 구성도 오랫동안 공을 들였지만 참여 신청 단계부터 곳곳에서 잡음이 나왔다. 원전주변 지역민 사이에선 누가 준비단에 참여할 지를 두고 갈등을 겪었다. 지역민 별로 수많은 이해관계가 있는데, 참여자는 한 명 뿐이다 보니 대표성을 가진 인물을 찾기 어렵다. 이번 준비단도 경주 등 일부 지역대표가 마지막에야 정해지면서 구성됐다.

핵심 지역 중 하나인 경주는 양남면 주민이 월성 원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추가 건설 불가 입장을 고수해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 상태로라면 월성 원전은 핵연료 포화에 따라 발전소 가동을 정지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월성 원전의 핵연료 포화시점은 내년으로 예상된다. 지역민과 환경단체는 임시저장시설 추가 여부 논의를 조속히 일단락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격론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주 지역 한 주민은 “월성 원전을 두고 같은 경주시민 사이에서도 생각이 다르고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공론화가 결정돼더라도 추진 과정에서 많은 충돌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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