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가 세계 에너지시장을 흔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직접 영향권에 들었다. 중동산 원유와 가스 수입량이 많은데다 최근엔 이란 인접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전 수출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사우디 원전 수주전 셈법이 복잡해졌다. 미국의 추가 협상행동과 이란의 우라늄 농축 재개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핵협정 탈퇴를 선언한 직후 국제유가는 예상과 달리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90일과 180일 단계적 유예기간 이후에 제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제재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국제유가 흐름에 반영됐다.

하지만 이란핵협정 이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압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이 탈퇴 의사를 밝힌 뒤부터 국제유가는 꾸준히 상승해 배럴당 70달러선을 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정 탈퇴를 발표하기 직전까지도 협정 파기 우려에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웃돌았다. 7월물 배럴당 0.4%(26센트) 올라 75.13달러를 기록했던 브렌트유도 현재 75달러 안팎을 오간다.

에너지 업계는 이란발 원유 공급차질, 중동 정정불안, 수요상승 요인이 얽히면서 국제유가 상승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 상승이 여름까지 이어질 경우 국내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급 구조상 석유와 가스 부문에서 국제유가 여파가 크다. 전기요금 등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사용량이 많아지는 여름철에 국제유가 상승세가 겹치면 부담이 커진다.

우리 정부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대 이란 수출입 및 원유수급 차질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반을 가동했다. 이인호 차관을 반장으로 소관 국장이 참여한다. 대책반은 이날 오후 정유사, 플랜트산업협회 등과 첫 회의를 가졌다. 한국의 대 이란 교역은 지난해 수출 40억달러, 수입 80억달러 규모다.

사우디 원전 수주 셈법도 복잡해졌다. 일단 이번 미국의 결정에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반면, 이란은 미국 없이 핵협정에 남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동시에 다른 협정국과의 후속 논의가 실패하면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았다. 이는 우라늄 농축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 중인 미-사우디 간 원자력협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동향은 미국의 추가 협상 여부에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등을 포함한 추가 재협상, 향후 이란에 가해질 제재 방법과 수위에 따라 국제유가와 사우디 원전 수주전 이해관계도 달라질 전망이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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