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2조7000억원 규모 초대형 석유화학 신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원유 찌꺼기에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고도화 설비 구축사업이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왼쪽부터)이 HPC 투자합의서 체결식에서 양손을 잡고 기념촬영했다. [자료:롯데케미칼]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왼쪽부터)이 HPC 투자합의서 체결식에서 양손을 잡고 기념촬영했다. [자료:롯데케미칼]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과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 신설 투자합의서에 서명했다. 두 회사는 기존 합작법인 현대케미칼에 추가 출자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약 50만㎡(15만평) 부지에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

원유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HPC는 납사를 사용하는 기존 NCC 대비 원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현대케미칼 HPC는 납사를 최소로 투입하면서 납사보다 저렴한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LPG 등 정유 공장 부산물을 60% 이상 투입해 원가를 낮춘다.

납사보다 20% 이상 저렴한 탈황중질유는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세계에서 3개 정유사만 생산하는 희소가치가 높은 원료다. 경유와 벙커C유 중간 성상의 반제품으로 불순물이 적은 편이다. 가동 단계에서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케미칼은 향후 탈황중질유 등 부산물 투입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케미칼은 2021년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올 하반기 공장 설계에 착수한다. 상업가동 이후 제품 대부분을 해외에 판매해 연간 3조8000억원 수출 증대와 6000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 HPC를 통해 기존 NCC 대비 연간 2000억원가량 수익성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두 회사는 정유와 석유화학 간 시너지를 통해 원가 경쟁력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힌다. 현대오일뱅크는 석유제품과 방향족에 이어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 제품까지 정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강화한다. 롯데케미칼은 미국과 중앙아시아 에탄분해시설(ECC)사업, 동남아 납사 사업과 더불어 대규모 정유 잔사유 크래커 사업에 투자, 지역 거점을 강화한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2022년 영업이익 2조2000억원을 달성하고, 비정유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45%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현대케미칼 성공 DNA를 공유하고 있다”며 “정유사와 화학사의 장점을 결합해 국내 최초의 정유-석유화학 합작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산석유화학단지를 대표하는 양사는 콘덴세이트를 정제해 혼합자일렌과 경질납사를 생산하는 1조2000억원 규모 현대케미칼을 2014년 합작했다. 국내 정유사와 석유화학사 간 최초 합작으로 주목받았다. 현대케미칼은 2016년부터 공장을 가동해 지난해 영업이익 2670억원을 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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