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취임 한 달여 만에 회사의 DNA를 바꿨다. 민간기업의 실리 중심 정책에 공기업의 책임의식을 융합한 경영기법을 구사한다는 게 내부 직원 평가다. 반년 가까이 늦어진 임원 인사를 앞두고 이뤄진 대상자 직접 면접도 눈길을 끌었다.

3일 한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최근 상임이사 임명과 본부장급 인사를 위한 직접 면접을 실시했다. 상임이사 및 본부장급 대상자는 40여명이다. 김 사장은 이들로부터 보직 의향서를 받은 다음 개별 면접을 실시했다.

그동안 한전 본부장급 인사는 일방적이었다. 인사 대상자가 본인이 가고 싶은 곳을 제안하고, 그 이유를 설명한 것은 한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민간 기업에서도 이례적이다.

김 사장의 면접 스타일도 주목받았다. 김 사장은 면접시간 내내 인사 대상자의 말을 경청했다. 해당 보직에 가려는 이유와 배치 시 어떻게 일 할 것인지를 충분히 들으면서 중간중간 공감을 표했다.

한 달 사이 달라진 한전의 모습 중 하나다. 김 사장은 지난달 13일 한전 사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김 사장 취임 후 내실을 챙기는 문화가 형성됐다. 불필요한 관행이나 형식은 과감히 버렸다. 실리와 콘텐츠 중심의 업무를 우선으로 한다. 보고방식부터 달라졌다. 보고서를 따로 출력하지 않고 메일로 내용을 보낸 뒤 구두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간단한 내용은 모바일메신저 등을 통해 즉시 보고한다.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드는 일도 줄었다. “내용이 중요하다. 보기 좋게 만드는데 시간을 들이지 말라”는 김 사장 지시에 따는 것이다.

김 사장은 에너지전환 시대 한전의 핵심 경쟁력이 무엇인지 찾을 것을 주문했다.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에 관심을 기울였다. 취임 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 등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는 전언이다. 4차 산업혁명 본산인 독일의 대표기업 지멘스에서 근무한 경험이 묻어나왔다.

한전 관계자는 “김 사장이 민간기업 출신답게 실리를 중시하지만 공직 경험도 있어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적으로 성장을 이어갈 책임도 강조한다”고 말했다.

한전 내부에서조차 개방과 독점으로 갈렸던 전력시장 이슈에 대해서도 기술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한 임원은 “전력시장 개방과 독점 이슈를 별도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념 논리보다는 기술 발전과 시장 요구에 따라 서비스는 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탈 권위와 소박함도 김 사장이 퍼트리는 새로운 DNA다. 김 사장이 600여석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것은 일상 일이 됐다. 경영진 엘리베이터는 무용지물이 됐다. 김 사장이 일반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데다 직원도 경영진 엘리베이터를 자유롭게 이용한다. 외부 방문객이 왔을 때만 역할을 한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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