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독일의 실리콘밸리 '아들러스호프'를 가다

아들러스호프 전경. 아들러스호프 제공
<아들러스호프 전경. 아들러스호프 제공>

독일 수도 베를린 중심부에서 동남쪽으로 30㎞가량 떨어진 외곽 지역. 독일 대표 첨단산업단지 '아들러스호프'가 자리한 곳이다.

아들러스호프는 '독일의 실리콘밸리'다. 과학연구단지에서 창업, 제조 기능을 품은 복합단지로 진화했다. 세계 각국이 이곳을 롤모델로 첨단산업단지 미래를 그린다. 면적은 우리나라 여의도와 비슷한 4.2㎢다. 차량으로 단지를 한 바퀴 도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아우디, 지멘스 등 독일 대표기업 건물이 눈에 들어왔지만 이곳의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 아들러스호프에는 훔볼트대학 자연과학대를 비롯해 17개 과학연구소와 1072개 기업이 입주했다. 대다수가 중소기업, 스타트업이다. 근무자는 2만5000여명에 이른다.

이들 기업과 연구기관 순이익은 2016년 기준 2조6000억원이다. 전년 대비 7.4% 늘었다. 같은 해 독일과 베를린의 성장률 1.9%, 2.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기업 생존율도 90% 이상이다. 베를린 GDP의 3~4%를 아들러스호프가 책임진다.

아우디 혁신센터 건물 모습. 아들러스호프 제공
<아우디 혁신센터 건물 모습. 아들러스호프 제공>

아들러스호프 성공 비결은 '규제 혁신'이다. 이곳에선 스타트업이 귀한 대접을 받는다. 스타트업은 베를린시로부터 창업, 생활비용 등을 지원받고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

베를린시는 대학 연구성과 인큐베이팅과 사업화 자금도 지원한다. 창업절차도 간소화했다. 창업에 실패해도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상환 의무가 없다.

아들러스호프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가 또 있다. 신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을 이끌어낸 독일 정부의 비전을 이어받았다. 2020년까지 총 소비에너지의 30%를 줄인다는 목표다.

태양광발전, 바이오메탄을 이용한 열병합발전(CHP), 소형풍력, 히트펌프,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친환경 기술을 접목한다.

아들러스호프 운영을 책임지는 비스타매니지먼트가 지멘스 등과 협력한 '지역 냉방' 사업은 성과를 내고 있다. 단지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해 냉기를 만들고 이를 저장했다가 주변 건물에 공급한다. 건물 냉방전력의 50%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아들러스호프는 단지 내 2500개 아파트와 숙박시설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닌 공급하는 '플러스 에너지 건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 외부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는 '제로 에너지 건물' 보다 진화한 개념이다.

아들러스호프 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 아들러스호프 제공
<아들러스호프 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 아들러스호프 제공>

아들러스호프 에너지 전환의 끝은 '자립'이다. 자체 생산한 에너지로 단지를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력과 열이 부족한 건물·공장에 바로 공급하는 '마이크로 그리드'를 갖춘다.

입주 기업의 신기술도 반영한다. 아들러스호프는 '태양광 클러스터'의 본산이다. 태양광 업체와 대학, 연구소가 모여있다. 관련 기업만 80개가 넘는다. 태양전지 박막을 생산해 '휘어지는 태양전지' 발명의 기틀을 닦은 '설퍼셀'이나 태양전지모듈 생산업체 '솔론'의 기술이 곳곳에 녹아 있다. 태양광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창문을 개발한 신생 스타트업 '스마트 윈도' 기술도 확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들러스호프 관계자는 “아들러스호프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6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라면서 “플러스 에너지 건물 등 혁신 실험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독일)=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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