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만 누리텔레콤 회장과의 만남은 10년 만이다. 강산도 변하는 시간이지만 조 회장의 모습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당시 그는 누리텔레콤이 둥지를 틀었던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AMI(원격검침인프라)와 스마트그리드가 가져올 미래를 얘기했다.

전력시장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발전사가 전력을 생산하면 한국전력이 고객에게 파는 시스템은 그대로다.

조 회장의 비전과 사업계획만큼은 10년 전에 비해 한 층 나아갔다. 과거 스마트그리드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흐릿한 밑그림을 그렸다면 지금은 새로운 기술과 미래를 손에 쥐려 하고 있다.

“AMI에 블록체인과 빅데이터 기술을 융합했습니다. 전력 데이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성인데, 블록체인으로 데이터 신뢰를 높이고,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분석 서비스도 가능합니다.”

조 회장은 블록체인과 빅데이터가 전력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고 믿고, 이를 실행해 옮겼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분야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가상발전(VPP)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전국에 흩어진 ESS를 연결해 가상의 커다란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개념이다. ESS와 계통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충·방전을 제어한다.

조 회장은 “향후 ESS가 많아지면 전력가격이 저렴한 시간에 동시충전이 이뤄져 정전사태가 우려가 있다”며 “전력계통 상황에 맞춰 수많은 ESS가 충·방전 시간을 조율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부터 해외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내부 살림은 임원진에게 맡기고 직접 시장 개척에 나섰다. 관심을 두는 곳은 북유럽과 아프리카다. 아프리카는 전력 분야에서 '꿈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누리텔레콤은 2013년에 가나에 진출해 300억원 매출을 올렸다. 매년 100억원 매출을 기대한다.

조 회장은 “아직도 아프리카라고 하면 인식이 좋지 않고 투자를 바라기도 힘들지만, 경기 성장세가 높고 부존자원도 많아 빠르게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전력 인프라 시장에 많은 수요가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경제 성장과 함께 아프리카 전 지역에서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 이 때문에 전력을 가로채 사용하는 '도전(盜電)'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AMI와 블록체인 빅데이터로 아프리카 도전 문제 해결사로 나선다는 구상이다.

조 회장은 “블록체인과 빅데이터 기술은 앞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다양한 응용사례가 등장할 것”이라며 “두 기술 융합을 통해 보다 앞선 전력서비스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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