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이 한국전력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됐다. 조환익 전 한전 사장이 퇴임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진행 중인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와 함께 현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대응이 핵심 업무가 될 전망이다.

김종갑 한국전력 신임 사장
김종갑 한국전력 신임 사장

한국전력은 10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김 신임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제청과 대통령 임명을 거쳐 이르면 이번주 공식 취임한다.

김 사장은 공직과 민간을 오가면서 정무 감각과 경영 노하우를 두루 갖춘 인물이다. 경상북도 안동 출신이다. 대구상고,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와 인디아나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17회로 공직에 입문해 상공자원부 통상정책과장, 통상산업부 미주통상담당관, 통상협력심의관,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차관보 등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산자부 1차관을 역임했다.

2007년 공직을 마친 뒤에는 3년 간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으로 지내면서 경영위기를 극복, 지금의 SK하이닉스를 있게 한 기반을 다졌다. 2011년부터는 한국지멘스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아 지멘스의 한국 사업을 이끌었다. 플랜트 설비 비중이 큰 지멘스 특성상 국내 전력·발전사와 스킨십을 유지하며 에너지 분야 전문성도 키웠다.

한전은 조환익 전 사장 이후 4개월 만에 수장이 정해지면서 업무를 정상화할 전망이다. 당장 현안은 원전 세일즈다. 한국전력은 영국과 사우디에서 신규원전 사업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관련해서는 일본 도시바와 사업자 지분인수 협상 중이다. 사우디 원전은 이달 말 1차 후보사업자 선정을 앞뒀다. 두 사업 모두 조 전 사장 퇴임 전후에 진행된 사안이라 김 사장의 인수인계가 시급하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계통 연계 등 '재생에너지 3020' 계획 관련 업무에 속도를 내야한다.

최근 부진한 실적 회복도 김 사장의 숙제다. 탈원전·탈석탄 기조로 인해 원전과 석탄화력 가동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전력구입비가 상승했다. 한전으로서는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에너지전환과 실적 회복을 이루는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에너지신산업 중심 효율화 전략도 예상된다. 김 사장은 지멘스 시절부터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보였다. 소프트웨어(SW) 역량을 통해 한국의 경쟁력도 충분하다는 지론을 펼쳤다. 에너지와 SW 중심 혁신을 한전의 새로운 아젠다로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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