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사업 1차 후보가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달 사우디를 방문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알팔레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왼쪽 첫 번째) 등과 원전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이달 말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사업 1차 후보가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달 사우디를 방문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알팔레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왼쪽 첫 번째) 등과 원전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전사업 1차 후보(숏리스트)를 이달 말 발표할 전망이다. 최종 수주전이 임박하면서 대미 협력이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국내 원자력계는 사우디 원전사업 걸림돌로 꼽히는 미국 원자력법 123조 해법으로 공동 수주전략을 강조했다. 한국전력과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공사(ENEC),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3자 컨소시엄 가능성도 제기했다.

◇숏리스트 3파전 예상

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계에 따르면 4월 말 사우디 원전 숏리스트 발표 이후 미국 등과의 협력관계가 구축될 전망이다.

산업부는 이달부터 사우디 원전 수주 관련 미국 측 협조를 구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원자력계는 미국과의 협력으로 미 원자력법 123조를 둘러싼 미-사우디 간 원자력협정 해법을 마련하고, 우리나라 수출형 원전(APR 1400)의 원천기술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과의 협력은 숏리스트에 한전이 포함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사우디 원전 수주전에 나선 곳은 한전을 비롯해 러시아 로사톰, 프랑스 EDF(아레바), 중국 CGN, 일본 도시바 웨스팅하우스 5곳이다. 사우디원자력·재생에너지원(KACARE)은 이 가운데 2~3개 후보를 추린다.

원자력계는 한전, 로사톰, CGN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각 사업자가 정보제안요청서를 회신한 이후 웨스팅하우스는 도시바에서 캐나다 사모펀드 브룩필드 비즈니스 파트너스에 매각됐다. 최근에는 구조조정에 따른 자산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프랑스 EDF는 수행 중인 원전 프로젝트 건설비가 점점 늘어나면서 추가 사업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원자력계는 숏리스트에 포함된 이후, 최종 수주 전까지 미국과 APR 1400 모델 기술 자립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도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성을 인정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이달 중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백 장관은 앞서 사우디 원전 관련 자립 기술에 대한 미국과의 협력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변수는 미 원자력법 123조

사우디 원전 수주가 한전·로사톰·CGN 3파전으로 전개되면 원전 건설 경험이나 기술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곳은 한전이다. 지난달 우리나라가 완공한 UAE 바라카 원전 1호기는 이웃 나라 사우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전의 약점도 있다. 사우디 원전 사업 관련 미국 원자력협정에서는 한국이 불리하다. 미국 원자력 기술을 사용하는 나라는 미 원자력법 123조에 의해 우라늄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관련 미 정부와 의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수출형 원전 APR 1400은 미 웨스팅하우스 원전 'AP 1000'을 기초로 개발됐다. 때문에 원자력법 123조 적용 여부를 놓고 쟁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UAE 원전 수출 당시에는 △계측제어시스템 △원자로냉각재펌프 △핵심설계코드 3개 기술 자립을 못해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사용했다. 계약을 앞두고 미-UAE 원자력협정을 체결했다.

APR 1400은 3대 기술자립을 완료했지만 문제는 미국 측이 이를 인정할지다. 원자력계는 기술자립 측면에서 123조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미국과 사전 협의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또다른 변수는 방미 중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행보다. 빈살만 왕세자는 최근 사우디 권력 서열 1위에 올라섰다. '오일머니'를 앞세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우라늄농축 등을 허용한 원자력협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도 원전 수주 조건으로 사우디와의 원자력협정을 언급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7일까지 미국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UAE, 3자 컨소시엄 구축하나

한국과 UAE의 사우디 원전 사업 공조는 지난달 바라카 원전 1호기 완공식 계기 문 대통령의 UAE 방문에서 사실상 공식화됐다 산업부도 숏리스트 발표 이후 UAE와의 컨소시엄 구성 본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양국은 그동안 원전 건설과 운영 관련 기술 및 운영노하우는 한국이, 원전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 구성 등 금융조달은 UAE가 담당하는 방식의 협의했다.

미국의 합류 여부는 숏리스트 발표 이후에 수면 위로 올라온다. 숏리스트에 웨스팅하우스가 포함되느냐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웨스팅하우스가 포함되면 미국은 원자력협정과 함께 수주전을 이어갈 수 있다. 반대로 웨스팅하우스가 떨어지면 미국과 우리나라와의 공조 필요성이 커진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러스트 벨트 부활'로 대표되는 전통 제조업 부문 성장을 위해 철강 관세 조치 등 무역공세에 나섰다. 원전 산업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회생시켜야 하는 주요 산업 중 하나다. 대표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일본, 캐나다로 둥지를 옮겨다녔지만 아직 미국 내에선 자국기업으로 인식된다. 근로자 다수도 미국인이다.

중국 CGN과 러시아의 로사톰 원전 보델은 웨스팅하우스 AP 1000 모델과 연결고리가 없다. 때문에 미-사우디 원자력협정 문제에선 자유롭다. 이는 미국이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해 경쟁국과 연합한다면 우리나라가 가장 유력하다는 의미다. 미국 입장에선 무역갈등으로 평행선을 달리는 중국과 러시아보다는 한국과 손잡는 것이 부담이 적다.

원자력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 원전 시장에서 활약과 기술수준, 노하우 등을 종합할 때 APR 1400의 사우디 원전 선정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가장 큰 변수인 미 원자력법 123조 해법 마련을 위해 공동 수주 및 일부 서플라이체인에 대한 협력 방안을 미국과 논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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