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장이 5일 취임했다. 정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세종대왕 어록의 '범사전치 즉무불성(凡事專治 則無不成, 어떠한 일이든 전력을 다해 임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을 내놨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장이 5일 경주 본사에서 공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토크콘서트 형식의 취임식을 가졌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장이 5일 경주 본사에서 공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토크콘서트 형식의 취임식을 가졌다.

정 사장은 이날 경주 한수원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부터 변화를 예고했다. '노타이 셔츠'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무선마이크를 착용하고 토크콘서트 형태로 취임식을 진행했다. 여태껏 공기업·공공기관장 취임식이 강당에 모여 취임사를 읽고 임직원과 악수하며 마무리됐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었다.

정 사장이 임직원에게 요구한 것은 '변화'였다.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신규 원전 사업을 수행할 수 없는 한수원에게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독특한 취임식 역시 앞으로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정 사장은 향후 경영방향을 기존 원전 안전 운영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지목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은 60년 이상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갖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전환하자는 것”이라며 “에너지 전환 정책 등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도약 기회로 삼자”고 강조했다.

더불어 한수원이 세계적인 '에너지종합기업'으로 발돋움할 때라고 주문했다. 정 사장은 “신재생에너지, 원전 수출, 원전 해체 역량 확보,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나아가 에너지 종합 컨설팅 회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과 8차 전력수급계획과 마찬가지로 신규 원전은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수원이 신규 원전건설과 안전 운영에 매진했다면, 앞으로는 안전 운영을 기본으로 원전 해체 준비를 시작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조직문화 관련해서는 “원칙 바로 세우기, 원전 안전 운영과 건설, 사회적 가치 실현, 미래 지향적이고 꿈이 있는 일 잘하는 조직 문화 등 4가지 경영방침으로 회사를 이끌겠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행정고시 26회 출신으로, 1983년 상공부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지식경제부 대변인·무역정책관·경제정책관·기획조정실장·에너지자원실장·산업경제실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직전까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을 맡았다.

산업부 출신 중 에너지 분야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물이다. 한편으로는 에너지자원실장 시절 9.15 순환정전을 겪으면서 애증이 많다. 그만큼 전력 관련해 '산전수전'을 겪었기에 한수원을 비롯한 전력그룹사에 대한 이해가 깊다.

정 사장은 취임 이후 첫 작업으로 조직재편과 직원 사기 진작에 공 들일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인력이 배치된 신규 원전 건설파트 직군 해법 마련이 숙제다. 신규원전 불가로 조직 내 퍼져 있는 '시한부 공기업'이란 위기의식도 극복해야 한다.

정 사장은 “젊은 사람 중심으로 젊은 조직을 만들고, 주인의식을 갖도록 해야 새로운 동력이 나온다”며 “원자력에만 안주하던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 간절함도 갖춰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오는 10일 현장 직원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한울원자력본부를 찾을 예정이다. 이를 시작으로 적극적인 현장 소통경영으로 한수원 변화를 이끌 방침이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