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민간 연구개발(R&D) 활동의 핵심 주체인 기업부설연구소가 4만개를 넘어섰다. R&D 영역이 일부 주력 산업에서 전 분야로 확장됐다. 중소기업 비중도 급증했다. 민간 R&D 저변이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이 요구된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회장 박용현)는 기업부설연구소 신고·인정제를 통해 신고된 연구소가 13일 기준 4만개를 돌파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업연구소 신고제는 1981년 도입됐다. 기업이 일정 요건에 맞는 연구소를 설립·신고하면 국가가 이를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정, 조세·자금·인력 등에서 혜택을 준다.

기업부설연구소 증가 추이(자료 : 산기협)
기업부설연구소 증가 추이(자료 : 산기협)

제도 시행 첫 해 인정 연구소는 53개에 불과했다. 2004년 1만개, 2010년 2만개, 2014년 3만개로 급증했다. 산업계의 민간 R&D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뜻이다. 산업계 R&D 투자는 우리나라 전체 국가 R&D 투자의 77.7%, 연구 인력의 69.7%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기업연구소 4만개 시대는 중소기업이 견인했다. 2004년에서 2018년(3월) 사이 대기업 연구소는 883곳에서 1602곳으로 1.8배 늘었다. 중소기업 연구소는 같은 기간 9387곳에서 3만8398곳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기업연구소 중 중소기업 비중은 91.4%에서 96.0%로 높아졌다.

기업연구소의 분야 별 증가 추이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 변화를 보여준다. 제조업보다 지식기반서비스 산업의 R&D가 더 많이 늘었다. 지식기반서비스 분야 기업연구소는 2004년 995개소에서 2018년 8848개소로 증가했다. 2011년 이후 매년 1000개 연구소가 신규 설립됐다.

같은 기간 제조업 분야 기업연구소는 9275개소에서 3만1152개소로 늘었다. 제조업에서는 금속소재 연구소 7.8배, 생명과학 연구소 7.3배, 식품 연구소 6.8배 순으로 증가 폭이 가팔랐다. 제조업 R&D의 전기전자 편중이 완화됐다. 2004년 전기전자 비중은 50.0%에 달했으나 2018년 28.7%까지 하락했다.

민간 R&D의 수도권 과밀 현상은 완화됐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의 기업연구소가 수도권에 밀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4년 71.4%이던 수도권 기업연구소 비중이 2018년 64.5%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연구인력 밀집도는 72.9%에서 70.5%로 변화했다.

기업연구소 4만개 돌파는 민간 R&D의 양적 수준이 크게 성장했다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식기반서비스 산업의 기업연구소는 2011년까지 정보처리 분야에만 국한됐지만 이후 16개 분야로 확대됐다. 민간 R&D의 절대 수치는 물론 저변까지 확대됐다.

민간 R&D의 규모, 양을 키우는 단계를 넘어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게 향후 과제다. 기업연구소 30%에 해당하는 1만2000여개 연구소가 설립 3년 미만 신생 연구소다. 산기협은 이들 연구소가 선진 연구 환경을 정착시키고 성과를 창출하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민간 R&D 지원 정책 3대 방향으로 △현장 중심의 기술혁신 체계 구축 △기술 역량 중심의 지원정책 수립 △수평적·개방적 혁신생태계 조성을 제시했다. 기업연구소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 중심 연구소를 육성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김이환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기업 연구소 4만개 돌파는 산업계 저변에 R&D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자리를 잡았고,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라면서 “앞으로는 이들을 질적으로 성장킬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국가 기술혁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R&D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산업기술 역량에 따라 혁신성장 성패가 좌우된다”면서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기술 역량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업 별 기업연구소 증가 추이(단위 : 개소, %)〉

송준영기자 songjy@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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