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규모의 '전력 신산업 펀드'가 투자처를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신재생에너지·전기차 분야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획했지만 정작 기업에는 투자 효과가 미미하다. 투자가 지연되면서 지난해 1차 출자 이후 2차 출자 일정도 묘연해졌다. 업계는 펀드 운영과 투자 조건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에너지자립섬 가사도.
에너지자립섬 가사도.

11일 한전과 미래에셋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에 따르면 전력 신산업 펀드는 당초 지난해까지 2조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5000억원만 출자됐다. 1차 출자금 5000억원도 조성된 지 1년이 넘었지만 30% 수준인 1500억원만 투자로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2016년 5월 전력 신산업 펀드 조성 계획을 확정했다. 2016년 1조원, 지난해 1조원 등 총 2조원 규모다. 한전은 2016년 말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을 자금운용사로 선정하고 1차 자금으로 500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투자에 착수했다.

1년 동안 투자 집행 규모가 1500억원에 그치면서 2차 출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1500억원도 실제 전력 신산업 기업이 아닌 대부분 하위펀드운용사에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이 1차 출자금 5000억원을 소진하기 전엔 추가 출자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자산운용사 측은 투자처 물색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자체 투자와 하위펀드 투자 비율을 7:3으로 맞춰야 하는 운용 기준을 이유로 들었다. 1차 출자금 5000억원 가운데 3500억원을 자체 투자해야 하지만 관련 프로젝트 발굴이 쉽지 않았다.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관계자는 “전력 산업 분야의 공공성을 지향하고 국산 설비를 사용해야 하는 등 추가 조건 등이 있다”면서 “신재생에너지 등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도 투자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에너지 업계는 출자 계획이 축소·취소될 것을 우려했다. 투자 성과가 현 수준에 머문다면 펀드 계획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업계는 투자 기준을 완화하는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국내 전력 신산업 시장 대비 펀드 규모가 큰 만큼 투자 대상을 넓히자는 것이다. 자산운용사가 직접 투자처를 찾지 못해도 하위펀드 투자는 계속 가능하도록 하고, 펀드와 이를 원하는 기업을 연결해 주는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 등으로 에너지 신산업 기대감이 커졌지만 중소기업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속한 출자와 투자를 희망했다. 이 관계자는 “무분별한 투자는 경계해야 하지만 운영 기준 유연화로 자금이 시장에서 돌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