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통하는 상태에서 전선 공사를 하는 '활선공법'을 둘러싼 갈등이 확대됐다. 전기공사업계가 한국전력이 제안한 새로운 도구 사용을 거부하는 가운데 건설 업계가 활선공법 폐지를 요구했다.

전기공사 작업자가 '스마트스틱'을 이용한 간접활선공법으로 전기공사하고 있다.
전기공사 작업자가 '스마트스틱'을 이용한 간접활선공법으로 전기공사하고 있다.

전국건설노조는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전기공사 직접활선 폐지와 작업자에 대한 한전의 특수건겅검진 실시를 촉구했다. 활선 작업시 과도한 전자파가 백혈병 등 암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정전 후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건설노조의 요구는 최근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전기공사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면서 촉발됐다. 질병판정위원회는 확정적 증거 부족 보다는 업무 관련성에 비중을 두고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그동안 전자파와 암 질환에 관한 논란은 많았지만 공식적으로 연관성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역학조사를 실시해 전기공사 노동자의 자기장 노출량이 다른 작업군에 비해 많지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증적 증거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1980년부터 도입된 활선공법 공사는 현재도 시행 중이다. 한전은 활선공법 감전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기구(스마트스틱)을 활용한 간접활선공법을 지난해 6월 도입했다.

열 달 가까이 지났지만 전기공사업계의 반대로 현장에 적용되지 않았다. 전기공사 작업자는 스마트스틱 사용 불편과 작업시간 연장 등 문제를 제기했다. 전기공사협회 차원에서 사용을 거부했다.

한전은 올해 1월부터 스마트스틱 공법을 전국에서 시행할 방침이었지만 공사협회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전은 난감한 상황이다. 전자파와 암 질환의 연관성이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된 것에 당혹스런 표정이다. 전자파와 암 연관성이 전기공사 작업자를 넘어 고압 송전선 주변 민원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전으로서는 1980년 이후 사라진 '정전 후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 방법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정전 후 작업을 할 경우 전기 사용 불편으로 인한 대규모 민원이 발생한다. 현실적으로 한전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간접활선공법을 빨리 현장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전기업계 관계자는 “작업자 안전만을 고려한다면 해당 지역을 정전시킨 후 공사하는 것이 좋지만 민원 문제 때문에 힘들다”며 “전선을 직접 만지며 작업해야 하는 구간에 간접활선공법을 빨리 정착시키는 등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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