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등 신규 원전 지역의 1800억원 규모 지원금 환수 여부를 검토한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으로 이들 원전 건설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지원금이 이미 지방자치단체에 지급된 상황이어서 또 다른 갈등이 우려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천지 원전 1·2호기 건설 계획 취소에 따라 영덕군에 이미 지급한 지원금 380억원의 환수 여부를 가리는 법리 검토를 시작한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울진군에 지급한 신한울 원전 3·4호기 지역 지원금 1400억원 환수에 관해 법리 검토를 받았다.

이들 원전 건설 사업은 7차 전력수급 계획에 반영됐지만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8차 계획에서는 제외됐다. 현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방침에 따라 사업 계획이 취소된 것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8차 계획에 앞서 원전 건설 결정에 관한 지원금을 해당 지자체에 지급했다. 법리 검토에서는 건설 사업이 취소된 상황에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맞는지 여부를 따진다.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각 지역은 원전 취소와 관계없이 지원금 집행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원전 건설 여부를 떠나 신규 원전 지역 지정 순간부터 직·간접 피해를 본 만큼 지원금을 받을 명분이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말 신한울 3·4호기 지원금 법리 검토에서는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한수원의 직접 책임이 없는 만큼 지원금 환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이 나왔다. 신한울 3·4호기 지원금은 한수원이 지급했다.

천지 1·2호기 지원금 380억원의 출처는 신한울과 달리 전기요금으로 조성된 전력산업기반기금이다. 국민이 낸 전기요금을 기반으로 조성된 자금이어서 사업이 취소된 특정 지역에 지급되면 논란 가능성은 더 짙어지게 된다.

법률 의견이 지원금 환수로 모아져도 실제 산업부와 한수원이 이를 추진할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법리 검토 결과도 신한울 3·4호기 사례처럼 환수를 강제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원금 환수와 관련해 결정된 사안은 아직 없다”면서 “법률 검토는 방향 결정을 위한 단계일 뿐 지역 사회와의 협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지원금 회수 시 지역 사회 혼란을 우려했다. 원전 문제 특성상 원칙에 따라서만 접근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2월 법원으로부터 수명 연장 취소 판결을 받은 월성 원전 1호기가 대표 사례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탈원전 기조가 강해지면서 월전 1호기 주변 지역인 감포읍, 양남면, 양북면은 지원금 조기 집행을 놓고 주민 간 갈등이 빚어졌다. 계속 운전이 취소될 경우 지원금이 환수될 것이라는 우려에 부동산 구매 등 투기성 집행이 나타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원전 건설 취소와 관계없이 지원금 집행을 원하는 상황”이라면서 “우선 환수 가능성 법리 검토를 한 후 각계 의견을 반영, 지원금 처리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