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와 미팅 하실 분 모이세요.” “지금 미팅 장소로 내려오시면 됩니다.”

지난 23일과 24일 이틀간 한국무역보험공사 18층 대강당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간만에 중동에서 터진 석유화학 빅 프로젝트인 '오만 두쿰 석유화학 플랜트 밴더페어'에 수많은 국내 기자재 업계 관계자들이 운집한 것. 해외 바이어들과 업계 관계자 연결을 위해 이어마이크를 착용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무역보험공사 직원들의 모습은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행사장은 올 겨울 최고 한파가 무색할 만큼 열기가 가득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23일과 24일 양일간 '오만 두쿰 석유화학 플랜트 밴더 페어'를 개최했다. 국내 플랜트 부품업계 관계자가 해외 종합시공(EPC) 기업 바이어와 밴더등록 상담을 하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23일과 24일 양일간 '오만 두쿰 석유화학 플랜트 밴더 페어'를 개최했다. 국내 플랜트 부품업계 관계자가 해외 종합시공(EPC) 기업 바이어와 밴더등록 상담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무역보험공사가 오만 두쿰 프로젝트의 금융지원기관으로 나서면서 가능했다. 무역보험공사는 금융지원기관 자격으로 오만과 쿠웨이트 합작사인 DRPIC에 프로젝트 설계·조달·시공(EPC)사 벤더 등록 기회를 우리 기업들에 제공해주길 요청해 성사됐다.

두쿰 프로젝트는 두쿰 경제특구에 원유 저장시설, 송유관, 정유시설, 수출터미널을 건설하는 것으로 총사업비 82억달러에 달한다. 이 대형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것이다.

신규 벤더 발굴을 위해 참여한 EPC 기업은 6곳이다. 국내 기자재 업체들은 대우건설·삼성엔지니어링·페트로팍(영국)·테크니카스 레우니다스(스페인)·사이팜(이탈리아)·CB&I(네덜란드) 중 원하는 EPC사 담당자들과 상담을 진행했다. 사업주인 DRPIC 담당자들도 현장에서 우리 기업들과 미팅을 가져 제품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틀간 국내 업체 220개사 380여명이 EPC 담당자들을 만나 제품 경쟁력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 중에는 처음으로 글로벌 EPC 벤더 등록에 도전하는 곳도 있다. 현장에서 다른 회사와 경쟁을 해야 했지만, 신시장에 대한 기대감에 차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EPC사들이 기존 벤더 풀과 관계없이 두쿰 플랜트용 별도 벤더를 구성해야 해 진입 가능성이 높다. EPC 기업들도 하루 100여명을 만나는 강행군을 치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23일과 24일 210여명의 사람들과 미팅을 진행했다”며 “품질이 우수하고 경쟁력 있는 회사들을 만날 수 있어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벤더페어를 통해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사업주와 벤더 등록을 협의하는 한편, 승인 기준 관련 정보를 우리 기업들과 공유해 수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두쿰 프로젝트를 통해 중동시장 진출 바람을 내비쳤다. 오만과 쿠웨이트 모두 국내 케이블 업계에선 불모지와 같은 곳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EPC 기업들에 오랜 경험과 넓은 제품군, 품질 등을 중점적으로 어필했다”며 기대를 표했다.

행사 첫날 무역보험공사에선 미국의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조치에 따른 민관 합동 대책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비장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쪽에선 신흥국 수출 확대를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됐던 셈이다.

플랜트 공랭식 열교환기를 제조하는 케이에이치이 관계자는 “전부터 알고 지내던 EPC 기업 바이어를 만나 반갑고, 좋은 분위기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한동안 얼어붙어 있던 국내 부품장비 시장이 최근 중동발 호재로 조금씩 좋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행사가 열려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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