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국가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은 가스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가져올 전망이다. 단순히 설비 비중을 바꾸는 것을 넘어 산업구조는 물론 수급과 시장가격 체계, 에너지 사용 문화까지 변화를 유발한다. 에너지 시장이라는 경기장의 선수와 룰이 달라진다.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작용한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리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에너지 무한경쟁 시대의 막이 오른다.

◇변화의 물결, 커지는 에너지 시장 개방 요구

지난해 나온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통해 예상되는 3차 에기본의 핵심은 중소 규모 자원의 활약이다. 원전·석탄화력 등 대규모 발전소 중심에서 벗어나 가스발전, 분산전원, 신재생에너지 등 중소 발전소의 중요성이 커졌다. 지금까지는 1GW 규모를 넘나들던 발전 설비용량으로 대용량 측면에서 고효율화를 추구했다. 앞으로는 ㎾ 단위급에서부터 100㎿까지 다양한 규모의 발전설비 등장이 예고됐다.

에너지 사업자 구성도 달라진다. “에너지 산업은 국가기간이 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이 힘을 잃는다. 한국전력,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 위주로 돌아가던 에너지 시장에 가스 직도입, 전기 소비시장 개방 등 열린 시장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 지금보다 더 많은 민간 자본이 에너지 시장에 진출한다. 중소기업이 컨설팅·중개 서비스 분야에 나서고, 에너지플랫폼 스타트업 등장도 예상할 수 있다. 거대 시설이 아닌 다수의 중소 자원이 시장을 움직이는 '에너지 롱테일' 시대 도래를 앞뒀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신규 에너지 사업자 참여의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2030년까지 태양광 30.8GW, 풍력 16.5GW를 설치하는 3020 계획은 새로운 발전사업자의 등장을 예고한다. 예상 설비투자액 110조원에서 정부 예산은 18조원뿐이다. 나머지는 발전공기업 51조원, 민간자본 41조원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민간의 활발한 참여가 필요하다.

시장 개방에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발전사업자가 생산전력을 한전을 통해서만 팔수 있는 현 독점구조에 불만이 제기될 여지가 많다.

한전과 발전공기업이 상호 수익 상황에 따라 정산조정계수로 재무형평성을 맞추던 관례는 일부 민간 대기업만 발전시장에 참여한 터라 유지가 가능했다. 향후 사업자가 중소기업, 지역조합, 개인사업자로 다양해지면 공격의 대상이 될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기존처럼 에너지 시장을 정부 관리 하에 움직이게 할지 시장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발전사업자는 한전 이외의 판매사업자와도 가격 협상을 요구하고, 나아가 직접 고객을 발굴할 것이다. 신규 재생에너지 건설에 지역조합 등의 역할이 커지고 에너지 프로슈머 등장으로 개인 간 에너지 직거래 플랫폼도 예상된다.

◇전 산업의 변화…에너지 효율화 대비해야

에너지 전환은 운송, 제조, 건설 등 다양한 산업의 변화를 가져온다. 운송 분야는 전기차가 주류의 자리를 꿰차 가는 모습을 보인다. 건설 분야에선 에너지 효율이 기술경쟁력 중 하나로 꼽힌다.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이슈도 전 산업을 가로 지른다. 석유와 석탄의 사용은 발전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석탄은 국내 주요 제조업 중 하나인 제철과 시멘트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자원이다. 석유는 1차 에기본 때부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수송, 건물 난방, 석유화학 분야에서 대량 소비가 여전하다. 산업용 전력소비 역시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산업용 전력소비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성장 등으로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내 산업구조는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업이 비중이 크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산업과 운송 비중만 80% 이상이다. 에너지 효율과 온실가스 감축 설비에 수요가 커질 전망이다.

산업계에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제도 장치도 도입된다. 공공시설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제로에너지건축이 2025년부턴 민간으로도 확대된다. 정부는 2030년부터는 모든 민간 건물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국가가 에너지 전환에 대비하는 방법은 '소비효율 증대'와 '산업구조 개편'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산업구조 개편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비현실적이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에너지를 더 적게 쓰는 것에 공을 들였다. 운송에선 고연비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등장했다. 건축에서는 LED 조명과 단열시공이 인기를 끌었다. 공장에서도 에너지절감 시스템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30년 동안 5배 넘게 늘었지만 에너지소비 지수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에너지 효율 사용이 절약을 넘어 수익으로 창출되는 시대다. 2차 에기본 이후 등장한 수요자원거래 시장이 대표 성공 사례다. 일반 개인도 참여할 수 있는 수요자원 시장도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3차 에기본 시행 과정에서는 소규모 태양광 전력을 현금으로도 받을 전망이다. 기존에는 전기요금 절감만 가능해 절약의 의미로 인식되던 에너지 사용 효율화가 하나의 비즈니스로 자리 잡는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22일 “에너지 전환과 3차 에기본에서 수급과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는 계속 언급될 것”이라며 “이를 위한 대책으로 더 많은 사업자 참여를 위한 시장 개방 논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에너지소비비중
최종에너지소비비중

<1인당 에너지 소비량과 에너지 소비지수>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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