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 분야 최상위 정책 계획인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을 올해 하반기에 수립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을 통해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에기본은 2009년 저탄소녹색성장 에너지 정책 추진 기반으로 시작됐다. 자원 개발에서 소비까지 전 분야를 망라, 국가 에너지 정책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한다. 올해 수립할 세 번째 에기본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맞물려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줄곧 원전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쳤다. 앞으로 20년 동안의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에서 마일스톤이 될 3차 에기본의 전망과 주요 쟁점, 에너지계의 바람을 2회에 걸쳐 담는다.

◇에너지 전환, 큰 틀 유지

3차 에기본은 종전의 정책 기조에서 큰 틀의 방향 전환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3차 에기본 수립 과정에서 정부가 담을 핵심 가치는 에너지 전환이다. 1, 2차 에기본 역시 '에너지 전환'이란 용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취지는 유사했다.

에기본 탄생의 배경은 과거 저탄소녹색성장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국제 사회의 기후변화, 온실가스 감축에 쏠린 관심이 높아졌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새로운 에너지 정책 비전으로 녹색성장을 꺼냈다. 1차 에기본(2009~2030년)은 에너지 사용량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수급 대책을 마련하고, 석유·석탄 등 전통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춰 청정에너지 기반을 갖추는 것이 목표였다. '그린에너지 발전 전략' 같은 구체화된 정책이 등장했다. 지금의 정책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2차 에기본(2014~2035년)에선 수요관리 개념이 관심을 받았다. 밀양 송전탑 사태 등과 같이 대단위 전원 설비 건설이 어려워졌다. 정부는 에너지 공급량을 계속 늘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대신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에 몰두했다.

약속된 절전 행동을 발전과 동일하게 취급해서 필요 시 절전 지시를 내리고 보상하는 수요 자원 거래 시장이 선보였다. 정부는 6대 중점 과제로 △수요관리 중심 정책 △분산형 발전시스템 구축 △환경·안전과의 조화 △에너지 안보 강화 △원별 안정 공급 △국민과 함께하는 에너지를 꼽았다.

3차 에기본(2019~2040년·예상)에서도 수요관리와 환경·안전의 중요성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통해 예상된 것이다. 용어만 달라졌을 뿐 '저탄소녹색성장'과 '에너지 전환' 모두 추구하는 바가 같다. 1, 2차 계획에서 바라본 방향이 3차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여지가 많다.

변수는 앞으로의 수요 전망과 전원 믹스다. 2차 에기본과 8차 전력수급계획이 제시한 경제 성장 전망은 2.8%로 차이가 없었다. 전력 사용량의 전망은 다르다. 2차 에기본은 앞으로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다. 8차 전력수급계획은 전력 사용량 증가세가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원 믹스에선 3차 에기본의 원전 비중 축소 가속화가 점쳐진다. 2차 에기본도 1차의 원전 비중 41%를 29%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지만 3차 에기본에서는 원전 감축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8차 전력수급계획은 2030년 기준 전원 믹스를 원전 16.6%, 석탄 31.6%, 액화천연가스(LNG) 38.6%, 신재생 7.1%(사업용만 포함), 기타 6.1%로 구성했다.

◇밀린 숙제, 3차에선 해법 마련해야

3차 에기본의 해법은 1, 2차 계획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목표로 정책을 펼쳤지만 미완의 숙제가 많다. 계획만 내놓고 국제 유가 상승, 전력 부족 등 여러 여건으로 추진하지 못한 과제를 다시 풀어야 한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분산형 발전시스템 구축과 환경·안전 부문 반영이 대표 사례다. 분산형 발전시스템은 발전과 송배전, 소비까지 전력 수급 시스템을 지역 단위별로 해결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중소규모 발전 설비가 증가하면서 필요성이 대두됐다. 송전망 포화 문제로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 시설이 건설이 한계에 부닥치면서 관심이 커졌다.

현재 전력 수급 체계는 대용량 설비를 중심으로 한 중앙 집중 형태다. 명확한 분산 전원 제도가 없다. 발전소와 수요처의 거리가 멀수록 페널티가 발생하는 송전손실계도 분산 전원을 유도하기엔 부족하다.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해 열병합 집단에너지설비 등 분산 전원 관련 시설이 15%에 이르지만 이들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환경과 안전 부문 반영도 구체화되지 못했다. 지난해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경제성에 더해 환경과 안전비용을 전력 시장에 반영하도록 했지만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비용 정산에서 가동 시간 기준으로 한 계통 기여도가 환경 기여도보다 배점이 높고 각종 환경비용이 반영되지 않는다. 정부는 유연탄 개별소비세 인상 등 세제 부분을 통해 환경 요인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에너지 안보 분야는 논란이 많다. 기존의 에기본은 특정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 자원 개발 역량 강화를 시작으로 폭 넓은 전원 믹스 구축을 목표로 했다. 지금은 그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자원 개발부터 부실 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21일 “에기본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친환경 분산 전원 체계를 목표로 삼아 왔지만 실제 이를 추진하는 시점은 지금부터라고 볼 수 있다”면서 “1, 2차 계획이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했다면 3차는 이를 완수하기 위한 징검다리 형태의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에너지 정책 기조변화>

<에너지기본계획별 주요 과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효설비 전원 믹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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