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포화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월성 원전이 올해 추가 저장시설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면 정상 가동에 차질을 빚는다.

저장시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정부 탈원전 기조에 맞추기 위해 저장시설을 추가하지 않고 원전 가동 중지를 기다리는 것이라는 소문까지 돈다.

월성원전 내 임시저장시실인 맥스터(왼쪽)와 캐니스터.
월성원전 내 임시저장시실인 맥스터(왼쪽)와 캐니스터.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월성 원전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확보를 위한 마지노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최종 포화시점은 2020년 6월이지만 시설 건설에 2년여가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6월에는 착공해야 일정을 맞출 수 있다.

'데드라인'이 임박했지만 추가 저장시설 승인과 허가 작업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지역 내에서도 저장시설 추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더 이상의 추가는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최근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가 언급되면서 이를 함께 논의하자는 분위기도 있다.

월성 원전은 국내 다른 원전과 달리 중수로형 핵연료를 사용한다. 일반 경수로형 원전 대비 약 5배 많은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한다. 때문에 원전 내부 수조는 물론 발전소 부지에 건식저장시설을 갖추고 핵연료를 저장한다. 1992년부터 건식저장시설에 핵연료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당초 정부는 2016년까지 핵연료를 원전 외부 중간저장시설로 옮기기로 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발전소 내 추가 저장시설에 논란이 벌어진 배경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올해 6월까지도 결론이 나기 힘들어 보인다. 관련 논의가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에 포함되면서 늦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핵연료 재공론화 일정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해를 넘긴 지금도 확정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사용후핵연료를 넘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자체에 대한 공론화 요구까지 나와 셈법이 복잡해졌다.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월성 원전 주변에서는 “핵연료를 더 이상 저장하지 못해 원전을 정지해야 하는 상황을 조성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온다. 정부가 원전 축소 방침을 세운만큼 더 이상 저장시설은 필요 없다는 추측이다.

근거로는 현재 계획예방정비로 멈춰있는 월성 1호기가 거론된다. 월성 1호기는 지난해 5월부터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 아직 가동승인을 받지 못했다. 지역 관계자는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폐로를 언급했지만 반 년 넘게 쉬고 있는 원전은 이미 폐로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탈원전 재공론화 요구를 비롯해 많은 목소리가 나와 의견을 수렴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포화시점도 원전 가동현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올해 6월까지로 시점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실제로 월성원전에서 중수로 핵연료를 사용하는 1~4호기 가운데 1, 3호기는 가동을 일시 멈춘 상태다. 이를 두고 포화시점을 늦추기 위해 원전 가동률을 줄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원자력 관계자는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에 맞추면 월성 원전 추가 저장시설 논의를 6개월 안에 마칠 수 없다”면서 “월성 원전 문제는 별도로 검토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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