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임무를 다하고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원전 산업계는 고리 1호기 해체작업을 계기로 기술과 경험을 쌓아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고리 1호기에 있는 사용후핵연료가 냉각되고 본격적인 해체작업을 시작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약 5년. 전자신문은 '원전해체 기술의 미래'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앞으로 준비해야할 기술과 제도 개선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참석자> (가나다 순)

김종걸 한국수력원자력 원전사후관리처장, 박주완 원자력환경공단 안전사업본부장, 이병식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 교수, 지광민 한전KPS 원자력사업처 본부장

<사회>

이호준 전자신문 산업정책부 부장

◇사회(이호준 전자신문 부장)=원전 해체는 처음 시도하는 만큼 준비할 것이 많다. 지금까지 준비 상황과 향후 일정은.

◇김종걸(한국수력원자력 원전사후관리처장)=한수원은 전담조직 확대와 직원 교육 등 관련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해체 분야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만큼 생소하지만 대부분 기술은 원전 건설과 공통 부분이 많다. 미확보 기술은 현재 13개 개발을 시작했고, 나머지 4개도 곧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지광민(한전KPS 원자력사업처 본부장)=한수원이 중심이 돼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해체 관련 기술 개발을 통한 국산화가 목표다. 외국기술에 의존하지 않아도 해제작업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박주완(원자력환경공단 안전사업본부장)=원자력환경공단은 해체 일정에 따른 방사성폐기물 배출량과 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 고리 1호기 해체시 나오는 폐기물 일정에 맞춰 처분장을 준비를 해야 작업이 물 흐르듯이 이어질 수 있다. 원전 해체 폐기물 다수는 극저준위폐기물로 이를 위한 전용 폐기장도 필요하다.

◇사회=해체 기술 국산화와 해외기술 도입을 놓고 고민이 많은데.

◇김종걸=우리는 원전해체에 필요한 대부분 기술을 보유했다. 고리 1호기만 해체하고 끝난다면 해체기술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해체할 원전이 더 많고, 계속 나올 것이다. 정부도 원전해체의 수출산업화를 목표로 기술 육성 정책을 세웠다. 때에 따라선 해외 기술도입도 필요하지만 고리 1호기 해체의 주 목표가 트랙레코드 확보라는 것을 감안하면 국산화가 필요하다.

◇이병식(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 교수)=최종 목표가 해외시장 진출이라면 어렵더라도 우리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안전하고 경제성 있는 원전해체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향적인 목표를 가져야 한다. 고리 1호기를 통해 수출산업화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면 그 다음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해외에 나가면 독일·미국·일본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이들 기업도 자국 내 해체 물량이 소진되면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할 것이다. 선제 대응이 요구된다.

◇사회=해체 관련 제도나 법령상 정비해야 할 것은.

◇박주완=원전을 해체한 이후 나온 폐기물 운송과 임시 저장시설에 대한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 해체 폐기물을 이동시키고 저장하는 것에 대한 행동 기준이나 규제 등이다. 반출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임시저장할 경우 저장용기 승인이나 제작 관련 고시도 마련해야 한다. 이는 현재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운송관련 승인 및 고시는 있지만 저장에 대한 것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이병식=사용후핵연료가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핵연료를 반출하지 못하면 해체도 할 수 없다. 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계획이 명확히 나와야 한다. 그래야 사업자도 중간저장시설 저장기간을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다. 이밖에 영구정지 이후 해체까지 5년 동안 시설 관리 방안과 해체시 발생하는 비상사선 폐기물 중 재활용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사회=원전 해체 과정에서 지역민 반발 및 보상요구가 예상되는지.

◇김종걸=건설과 해체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지역 지원금은 줄어들겠지만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만큼 주민 반발은 심하지 않을 것 같다. 해체로 한수원이 얻는 가치도 없고, 주민도 원하던 바다. 투명하게만 진행하면 반발은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병식=해체는 수익이 아닌 충당금으로 하는 사업이다. 물론 원론적인 얘기다. 감성적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동안 원자력 관련 사안을 돌이켜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도 거부감으로 인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사례가 많다. 사업자의 소통 의지와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광민=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한수원이 보상해줄 것은 없지만 일반 지역민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비방사선 자재라고 해서 불안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지역주민 입장에선 비방사선 자재도 결국 원전에서 나온 것이다. 원전 안에는 충분히 재활용할 것이 많이 있다. 국가적으로도 재활용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성사되려면 주민을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

◇사회=원전해체 관련 중소기업과 인력 육성 방안은.

◇이병식=신고리 공론화를 지켜보면서 대학 원자력과 지원생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했다. 다행히 우려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맞다.

해체산업을 통한 일자리 얘기가 나오는데 전체 원전산업에 비하면 해체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또 폐기물 관련 인력은 모으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분야가 생각보다 영세하고 기본 형태는 건설과 다르지 않다. 결국 건설과 발전 쪽 인력이 해체 산업으로 오는 것인데 원전 건설과 발전이 침체되면 해체만 가지고 인력을 구하기는 힘들다.

◇김종걸=원전별 해체 주기가 상당히 길다. 고리 1호기를 해체하고 다음 원전 해체까지 기다리기에는 간격이 너무 길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선뜻 나서기가 힘들 정도의 장기적인 사업이다. 고리 1호기를 해체하고 나면 다음 해체는 언제가 될지, 간격이 멀다. 중소기업이 장기적 관점을 갖고 나서기는 힘들다. 최근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중소기업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향후 5년 뒤에나 열리는 시장을 위해 인력을 양성할 여력이 없다. 우리나라에 해체 전문 기업이 몇 있는데, 이들 역시 해체산업만 바라볼 수는 없다. 우선 대기업이 나서고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지광민=한전KPS는 자체적으로 장기 계획을 가지고 젊은 직원을 훈련시키고 있다. 현재로선 해체 분야에 신규로 나올만한 인력이 많지 않다. 협력업체에 기술을 제공하면서 같이 가는 것이 중요하다. 5년 뒤에 하는 사업인데, 지금 나서라는 것은 너무 빠르다. 조금씩 교육하면서 필요한 시기에 나서는 것이 낫다.

원전해체는 고급기술도 필요하지만 이른바 '3D' 업종이다. 로봇 같은 새로운 기술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과 해체 기술이 잘 융합되면 기능인력도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정리=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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