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영국 원전 수출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한국전력은 도시바가 보유한 영국 원전사업자 뉴젠의 지분인수 협상을 시작하며, 수출 가능성을 타진한다. 하지만 뉴젠 지분 인수 성사에서부터 건설 투자금 모금, 그리고 최종 건설 착수까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원전 생태계, 관련 중소기업들이 이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UAE 바라카 원전 현장 전경
UAE 바라카 원전 현장 전경

7일 원자력업계는 한국전력의 뉴젠 지분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실제 원전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기에는 시간적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규 원전 수출 가능성이 커진 것은 희망적이지만, 인수 이후 실제 착공에 따른 수혜가 후방산업에 미치기 까지는 약 5~6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는 향후 5년간 원전 중소기업들의 먹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당장 올해 착공 예정이었던 신한울 3·4호기와 2019년 착공 계획 중이던 천지 1·2호기 사업이 취소되면서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은 공론화를 통해 계속 건설을 결정한 신고리 5·6호기가 유일하다.

원전 시장의 먹거리 부족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UAE 원전 수출 사업이 내년 1호기 상용운전을 시작으로 하나 둘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UAE 바라카 원전 1호기가 준공되면 그만큼 기자재 시장 축소와 되돌아오는 파견인력 재배치 등을 고민해야 한다. UAE 바라카 원전은 2020년에 4개 호기가 모두 완성될 예정이다. 일정대로라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이 공사가 시작하기 전에 수출 관련 일감이 떨어지는 셈이다.

원전업계는 관련 기자재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전 기자재 업체 대부분이 석탄화력 분야에도 발을 담그고 있지만, 신규 석탄화력 역시 건설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 대안이 되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조선업계 구조조정으로 조선 기자재 회사들까지 발전 플랜트 시장으로 넘어온 터라 경쟁까지 치열해졌다.

이에 따라 원전업계와 국회를 중심으로 취소 원전 일부는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약 5년 간의 시장 공백은 중소기업에게 버티기 힘든 기간이기 때문이다. UAE 사업 완료와 영국 원전 수출 사이에 많은 기업들이 사업을 접거나 업종을 전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원전 2차 협력사의 한 관계자는 “원전 건설에 참여하는 기업 중 95%가 중소기업으로 일감 부족 걱정을 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도산과 근로자 실직 등 직·간접적으로 발생하게 될 영향까지 고려하면 신규 원전 건설 취소에 따른 대가는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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