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기간에 원자력 관련 대국민 홍보가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 발표 이후 국내 원자력 홍보의 두 축이던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원자력이 아닌 에너지 전환 정책 홍보에 나선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아예 기관 성격을 에너지 전환 홍보 조직으로 바꾼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에너지체험관을 찾은 관람객이 한국형 원전모델 신형경수로 'APR1400'을 보고 있다(전자신문 DB)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에너지체험관을 찾은 관람객이 한국형 원전모델 신형경수로 'APR1400'을 보고 있다(전자신문 DB)

6일 원자력문화재단은 탈원전 로드맵과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기관 성격과 명칭을 에너지 전환 정책 홍보에 맞춰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국정 감사 기간에 정부 정책 기조에 따른 업무 재설계 요구가 많았다”면서 “준정부 기관이 특정 발전원에만 집중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있은 만큼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친 전환 트렌드에 홍보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자력문화재단 변화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발표 이후부터 예상됐다. 이미 원자력 홍보 기능을 낮추고 에너지 전환에 무게중심을 싣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신고리 공론화 과정에서 정부의 탈원전 홍보로 구설수에 오른 '에너지전환정보센터 홈페이지' 구축에 문화재단 홍보비가 사용됐다. 현재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곳도 문화재단이다. 원전 홍보기관이 탈원전에 비용과 인력을 투입한 셈이다.

문화재단은 원자력의 평화 이용에 대한 국민 이해 증진을 목적으로 1992년 3월 설립됐다. 그동안 원전과 방사선, 사용후핵연료 분야에서 대국민 홍보와 지역 주민 교육, 민간 및 학생 대상 공모전 등 업무를 수행했다. 인터넷 등에서 떠도는 잘못된 '원전 괴담'과 관련된 진실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기관 명칭과 역할이 바뀌면 앞으로는 원자력 홍보 업무는 모두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단의 주력 사업이던 '원전 대국민 인식 조사'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길 것으로 보인다. 다시 시작해도 에너지 전환 인식 조사로 실시될 가능성이 짙다.

문화재단은 다수의 국내 원자력 관련 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홍보 기관이었다. 그만큼 문화재단의 기관 변경 계획은 원자력계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한수원은 이미 홍보 방향을 에너지 전환과 신재생으로 바꿨다. 정부도 앞으로 한수원을 원전 안전 운영과 원전 해체 공기업으로 정착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원자력산업회의가 남았지만 기업과의 유대와 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문화재단과는 다르다. 문화재단마저 에너지 전환으로 성격을 바꾸면 원자력 관련, 국민과의 '쉬운 소통'을 하는 기관은 전무해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문화재단이 기관 변경 신청을 하면 허가해 준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가 문화재단 성격을 임의로 바꿀 수는 없지만 정부 예산을 받는 곳인 만큼 정책 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현재 정부 입장에서 에너지전환 홍보 기관으로 신청이 올 경우 허가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원자력계는 문화재단 소식에 아쉬움을 표했다. 원자력 관계자는 “원자력은 대중에게 알려진 계기가 무기인 만큼 관련 공포와 괴담이 유독 많은 분야”라면서 “이를 적절히 견제해 줄 기관이 없어진다는 것은 원자력에 대한 부정 인식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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