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대규모 탈황설비를 신설하며 경제와 환경 가치를 동시에 창출한다.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를 한번 더 정제해 경질유를 추가 생산하고,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따라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저유황 선박유 시장을 선점한다.

SK 울산CLX. [자료:SK이노베이션]
SK 울산CLX. [자료: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는 2020년까지 SK울산CLX에 약 1조원을 투자해 일 생산량 4만배럴 규모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 신설 안건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고 1일 밝혔다. VRDS는 감압증류공정의 감압 잔사유(VR)를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반응을 일으켜 휘발유·경유 등 경질유와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말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 1월부로 세계 선박 연료유 황 함량 규격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기로 한 규제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석유제품은 황 함량이 낮을수록 친환경 제품으로 평가된다. 육상 운송용 경유는 황 함량 0.001%의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데 반해, 선박 연료유는 3.5% 황 함량 규제로 인해 대표적 대기환경 오염원으로 지적됐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석유제품 생산 비중을 늘리는 '탈황설비'에 투자해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을 서두른다. 탈황설비 신설로 향후 수요확대와 가격상승이 예상되는 저유황 선박 연료유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아스팔트, 고유황 연료유로 쓰이는 저가의 감압 잔사유는 글로벌 환경 규제로 수요와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탈황설비를 통해 저유황 연료유, 경유, 나프타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해 생산·판매할 수 있어 수익구조가 다각화된다.

SK이노베이션은 연계 공정인 윤활기유 원료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져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황 함량이 높은 저가 원유도 도입할 수 있어 원유 다변화 정책 등 SK이노베이션이 추구하는 '운영최적화'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탈황설비 투자는 회사 주요 기반인 석유사업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설비 경쟁력 강화를 비롯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 환경변화에 선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3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미국 최대 석유화학 기업 다우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 인수를 잇따라 발표했다. 또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 5, 6호기 증설을 비롯해 SK네트웍스 석유 도매사업 인수를 결정하는 등 사업구조, 수익구조 혁신를 통한 딥 체인지 2.0 실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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