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정부보다 현명했다. 정치권은 엄두도 못 낼 차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정부에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해석 영역이긴 하지만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조사 결과를 놓고 대체로 정부와 여당은 '공사는 재개하되 탈원전은 무관하다'는 반응을 냈다. 그러면서 차질 없이 후속 조치를 취할 것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펼칠 것임을 밝혔다.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겠지만 이번 공사 재개 결정으로 '탈원전'이라는 단어는 현 정부 시책 상 폐기하는 것이 맞다. 이전 정부에서 착공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새 원전이 세워지는데 '탈원전 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

원전 축소 의견이 절반 이상(53.2%) 나왔다는 것으로 '탈원전'의 근거를 삼아서도 안 된다. 이는 정부가 밝힌 대로 향후 60년 동안 가야 할 방향으로 '축소'를 택한 것이지 '당장 원전에서 벗어나자'는 '탈원전'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지(35.5%) 또는 확대(9.7%)를 택한 사람들의 생각으로,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미래는 전기에너지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현재 조건에서 원자력을 대체할 만한 대안이 없다는 점은 국민들도 인식하게 됐다는 의미가 더 크다.

'탈원전'에 매달리면 길이 좁아지고, '탈원전'을 버리면 길이 훨씬 넓어진다. 스스로 앞길을 좁힐 필요가 없다.

앞으로 남은 4년 반 기간에 4차 산업혁명 대응 신기술 확산과 사회 변동 요인 등을 충분히 봐 가며 '국가 에너지 대계'를 마련하면 된다. 이번 공론화·숙의 과정에서도 국민들은 정부의 명확한 에너지 목표보다 실현 가능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에너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제부터라도 국민들 눈높이에 맞춘 국가 에너지 전략을 새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탈원전'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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