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임금인상률을 물가에 연동시킨다. 임금인상률이 물가와 함께 움직이면 노사가 이를 두고 줄다리기 할 필요가 없다.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씩 걸리던 임금협상 과정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28일 서울 서린동 SK빌딩 본사에서 열린 2017년 임단협 상견례 모습.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왼쪽부터), 이양수 SK에너지 울산CLX 총괄, 이정묵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 위원장.
지난 4월 28일 서울 서린동 SK빌딩 본사에서 열린 2017년 임단협 상견례 모습.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왼쪽부터), 이양수 SK에너지 울산CLX 총괄, 이정묵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 위원장.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일 조합원 투표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7년 임금·단체협약 갱신 교섭(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73.6%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임금인상률은 전년도 통계청 발표 소비자물가지수와 연동된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1%로 결정됐다.

SK이노베이션은 “밀고 당기기 식의 소모적인 협상 관행에서 벗어나 발전적 노사 관계로 진화할 수 있는 '한국형 노사 교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둔 임금교섭 프레임을 도입함으로써 노사 갈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일시에 해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또 기본급 1%를 사회적 상생을 위한 기부금으로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직원이 기본급의 1%를 기부하면 같은 금액을 회사가 적립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 임직원이 지난 2007년부터 자발적으로 해 오던 '1인 1 후원 계좌' 기부를 제도화한 것이다. 모인 금액은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된다.

노사는 임금 체계 개선안도 합의했다. 획일적인 호봉 인상률을 생애 주기별 자금 수요와 근로자 역량·생산성 향상도에 맞게 조절하는 안이다. 결혼·출산·교육 등에 많은 돈이 필요한 30~40대에는 인상률을 높이고 50대 이후에는 줄이는 체계를 도입한다. SK이노베이션은 임금 최고점을 조정하고 생산성에 따른 합리적 구조로 변경해 근로자 생애 주기에 맞춘 'SK식 임금체계'라고 설명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의미 있는 노사 관계 모델을 만들어 SK는 물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업가치 30조원을 넘어 50조원, 100조원 시대를 열 훌륭한 추진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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