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여주시로부터 신청이 들어온 농촌태양광 사업을 검토하던 태양광업체 관계자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정부가 농촌태양광 사업 추진을 발표했던 지난해 연말에는 분명히 없었던 태양광발전소 건설 제한 조례가 이번에 사업에 착수하려고 보니 생겨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답답한 나머지 여주시에 이 신설 조례에 대해 '태양광발전소를 짓지 말라고 만든거 아니냐'고 묻자 담당자로부터 '사실상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면서 추가로 설명 들은 내용은 '태양광발전소 건설 보다 해당 지자체에는 그로 인한 민원 발생 우려가 더 문제'라는 것이었다.

16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여주시 사례처럼 중앙정부가 농촌태양광 사업을 추진하자 일부 지자체가 태양광 설치불허 조례로 맞서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농촌태양광 사업 확대 계획을 내놓은 뒤 최근까지 3개월 동안 10여 곳이 넘는 지자체가 이와 비슷한 조례를 만들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총 45개 지자체가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불허하는 조례를 갖고 있다.

여주시는 지난달 '여주시 개발행위허가 운영 지침'을 새로 만들었다. 지침에서 태양광발전소는 '지방도 이상의 도로의 경계 및 주요 관광지로부터 200m 안에 입지하지 아니할 것', '주거 밀집지역으로부터(가장 가까운 주택 기준) 직선거리 200m 안에 입지하지 아니할 것', '우량농지의 중앙 부근에 입지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조항을 적용하려면 태양광발전소가 도로를 지나는 주민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해야하며, 사실상 지을 곳을 찾을 수 없다고 태양광업체 관계자는 설명했다. 농촌태양광사업 추진 발표 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조례를 만든 지자체는 여주시 외에 정선군·동해시·청주시·증평군·문경시·영덕군·칠곡군·포항시·경주시·안동시 등이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토교통부와 공동으로 지난주 '이격거리 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거나 100m 이내로 최소화 할 것, 주민참여형 발전소는 조례 적용 예외로 할 것'이라는 지침을 지자체에 송부했다.

하지만 이 지침을 각 지자체에서 수용해 조례를 폐지하거나 수정하는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개발행위 허가 관련 상위 기관인 국토부 지침이 강제성은 있지만, 이를 수용하는 것은 각 지자체장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경상남도 사천시는 이 지침이 전달된 후인 지난 13일 버젓이 태양광발전소 건설 불허 조례를 신설했다.

지자체가 민원 방지차원에서 새로 만든 조례를 상위 기관 지침이 나왔다고 해서 즉시 수용할 것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적어도 농촌태양광 사업 성공사례나, 지역 주민들이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긍정적인 입장이 되지 않는 한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태양광업계는 올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농촌태양광 사업을 지자체 불허 조례 때문에 수월하게 진행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와 국토부는 지자체에 태양광발전소 건설 불허 조례 폐지 지침을 전달했다"며 "다소 시일은 걸리겠지만 농촌태양광 사업 성공사례를 만들고 입소문이 퍼지면 농민들이 먼저 나서 태양광발전소 건설 불허 조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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